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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강세 부담스러운 수준, 외국인 주식 순매수 이어질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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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호 22면

외국인이 돌아왔다. 지난주 주가 상승의 1등 공신은 단연 외국인이었다. 외국인들은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코스피시장에서 8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8일간 누적 순매수 금액은 1조2600억원에 달했다. 지난 7~11일 닷새 동안 2조1600억원어치나 팔아치우던 것과는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외국인들은 주가지수 선물도 동시에 사들였다. 지난주 외국인들은 단 하루(23일)만 빼고 나흘간 코스피200 선물을 순매수했다. 지난 10일 선물 만기일 이후 누적 순매수 금액은 2조3100억원이나 된다.

국내 증시

덕분에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단 하루(23일)를 빼고 꾸준히 올라 2050선을 넘어섰다. 24일에는 1차 저항선으로 여겨졌던 60일 이동평균선(지수 2030선)도 뚫었다. 동양종금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코스피가 60일 선을 가볍게 돌파함으로써 전고점(2115)까지는 특별한 매물 부담이 없는 영역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의 움직임은 원화값의 동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과거 매매패턴을 보면 원화값이 오를 것으로 보일 때 외국인들은 주식을 사들이고, 원화값이 떨어질 것 같으면 주식을 내다파는 경우가 많았다.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노리는 것이 외국인들의 기본 전략이다. 이달 중순 원화값은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두 달여 만에 달러당 1130원대로 떨어졌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한때 원화값은 달러당 1144원(지난 17일)까지 떨어졌으나 18일을 기점으로 오름세로 돌아섰다. 25일에는 전날보다 6.8원 오른 달러당 1114.2원에 마감했다. 지난 17일 이후 원화값 상승폭은 달러당 30원이나 됐다.

원화값이 달러당 1110원대를 기록한 것은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전인 지난 9일(1115.6원) 이후 약 2주일 만이다. 외환당국은 물가 급등을 우려해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는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원화값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싸져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원화값이 달러당 1110원 선을 뚫고 올라간다면 외환당국도 가만히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란 게 외환시장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올 들어 원화값의 최고점은 지난달 8일의 달러당 1104.7원이었다. 만일 원화값이 추가로 오를 여지가 많지 않다고 본다면 외국인들의 주식 순매수 행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번 주에도 외국인들이 ‘사자’에 나선다면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치 경신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는 지난 1월 19일의 2115.69였다. 25일 종가(2054.04)와 비교하면 61포인트 정도 차이가 난다. 다만 증시 전망을 낙관하기에는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리비아 사태가 장기전의 양상을 보이고 일본 원전 사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기관과 개인들은 외국인들이 사는 틈을 타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난주 기관은 5일 연속, 개인은 4일 연속 순매도했다. 주식형 펀드에선 찔끔찔끔 돈이 빠져나가는 등 증시 주변 자금사정도 썩 좋지 않다.

외국인의 관심 대상에서 제외된 코스닥 시장은 큰 재미를 보진 못했다. 외국인들은 지난주 코스닥시장에서 5일 연속 ‘팔자’였다. 코스닥지수는 개인들의 강한 매수세로 6일 연속 오르긴 했다. 그럼에도 25일 종가는 514.57로 동일본 대지진 발생 이전 수준(지난 10일 522.17)을 회복하지 못했다.

증시의 방향을 좌우할 굵직한 재료가 적었던 지난주와 달리 이번 주에는 월말·월초를 맞아 주요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다음 달 1일에는 ‘3월 소비자 물가동향’과 ‘3월 수출입 동향’이 동시에 나온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구제역·이상한파·고유가 등의 영향으로 1년 전보다 4.5%나 올랐었다. 이달에도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4%를 넘어설 것은 확실하다. 2월 소비자 물가지수(119.8)로 따져봐도 지난해 3월(115)에 비해 이미 4.2%나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3월 물가 상승률이 5%에 가까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입 동향을 보면 동일본 대지진 발생에 따라 일본과의 무역이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예상은 대일본 수출·수입이 모두 줄어드는 가운데 무역적자는 다소 개선되는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긴 만큼 제3국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31일 함께 나올 통계청의 ‘2월 산업활동 동향’과 한국은행의 ‘3월 기업 경기실사지수(BSI)’도 관심거리다. 산업활동 동향에서 가장 주목되는 지표는 경기선행지수다. 1월에는 이 지수가 1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서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다. 반면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업황 BSI는 지난달 제조업 88, 비제조업 79로 기준(100)을 밑돌았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좋아졌다고 응답한 기업보다 나빠졌다고 응답한 기업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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