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물가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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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외환당국 관계자는 원화가치 급락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물가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일하는 대통령의 모습에 지지를 보냈던 것도 전세난, 구제역, 물가난에 부닥치기 전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예문에 쓰인 ‘물가난’의 구성은 ‘물가+-난’이 될 것이다. 이 ‘-난(難)’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어려움’ 또는 ‘모자람’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난’을 ‘어려움’이란 뜻으로 보면 ‘물가난’은 ‘물가의 어려움’이란 의미가 될 텐데 이리 해석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난’을 ‘모자람’이란 뜻으로 보면 더욱 말이 안 된다.

 또 물자난, 전력난, 식량난, 취업난, 인력난, 주차난, 주택난 등과 같은 낱말과 견줘 봐도 ‘물가난’은 자연스럽지 않다.

 물가가 많이 올라 어렵다[힘들다]는 뜻으로 쓴 것이라면 ‘물가고(物價高)’란 단어가 있다. ‘물가고’는 ‘물가가 오르는 일. 또는 높이 오른 물가’라는 뜻이다. ‘물가고에 시달리다’처럼 쓰인다.

 예문의 ‘물가난’은 앞뒤 문맥으로 보아 ‘물가가 오르는 일’이나 ‘높이 오른 물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물가난’을 ‘물가고’나 ‘고물가(高物價)’ 또는 ‘물가 상승’ 등으로 바꿔야 한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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