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검 60일이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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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옷 로비' 특검팀의 수사 결과발표를 끝으로 '옷 로비' 와 '파업유도' 의혹사건에 대한 특별검사팀의 활동이 모두 마무리된다.

국민적 의혹이 쌓였던 두 사건에 대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특별검사제였던만큼 지난 60일동안 두 특검팀에 쏠렸던 국민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두 팀이 내놓은 수사결과가 국민들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켰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당장 노동계가 파업유도를 강희복 (姜熙復)
전 조폐공사 사장의 1인극으로 결론지은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활동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느냐는 기존 검찰 수사를 뒤집은 특검 수사결과에 대한 법원의 판단으로 판가름 날 일이다.

지금 우리가 되새겨보아야 할 것은 특검활동의 성패 논란을 떠나 그것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느냐에 있다.
우리는 한마디로 두 특검의 활동은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특히 옷로비 사건에서 볼 수 있듯 특검 수사는 새로운 사법제도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기존 검찰 수사로도 풀리지 않은 의혹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그 결과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국가권력에 의해 사건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국민들이 실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검찰내부에서도 각성과 거듭나기의 움직임이 나와 국민들이 기대를 갖게하는 것은 특검활동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것이다.

특검활동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도 어찌보면 두 사건에 대해 이미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져 이해 당사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도 어떤 선입견을 미리 심어놓았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특히 정치적 비중이 큰 사건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특검이 수사토록 하는 상설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선 이번의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특검제도를 꼼꼼이 보완해야 한다.
그동안 수사과정에서 누차 지적했듯이 수사범위의 제한, 수사방향이나 내용을 둘러싼 특검팀의 내부혼선, 기소권 행사 갈등 등은 정치권의 타협으로 특검의 권한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에 생겨난 문제점들이다.

관련 사안은 모두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기간도 충분히 줘서 특검팀이 수사를 완전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검제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특검도 법을 기초로 수사권을 행사하는 공권력의 한 형태이며, 그들이 맡은 사건도 법원의 판단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수사중인 특별검사를 찾아가 진행상황을 트집잡으며 압력을 넣고 수사결과를 왈가왈부하는 행동은 용납할 수없는 행패에 속한다.

특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과 기대가 왜곡되면 결국은 인민재판식 연론재판으로 끌려갈 공산도 있다.

비록 짧은 기간의 활동이었지만 특검의 파장과 성과는 매우 의미있는 것이었다.
작은 싹을 제대로 키워 사법정의를 뿌리내리게 하는 노력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