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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이 매달 ‘행복한학부모’ 교육 강좌에 몰리는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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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를) 학원에 보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입시 결과만 놓고 보면 학원을 보내지 않아 더 좋은 대학에 못 간 게 아닐까 회의가 듭니다.”(김영미·48·여·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중3때까지 학원·과외 등 온갖 사교육을 받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끊었습니다. 처음엔 잘하는가 싶더니 성적이 점점 떨어져요. 다시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건가요.”(강정임·44·여·서울 관악구 인헌동)

재단법인 행복한학부모가 지난 1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개최한 학부모열린마당포럼에서 숭실대HRD연구소 김판수 교수가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기르는 법과 학부모의 역할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진원 기자]

18일 오전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 전국 각지에서 입시정보에 목마른 부모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재단법인 행복한학부모가 마련한 열린마당포럼에서다. 이날 강연장에 준비된 150석의 좌석 외에도 간이의자를 놓고 앉아야 할 만큼 학부모들의 관심이 컸다. 부산·광주 등지에서 KTX 첫 차를 타고 상경한 이들도 많았다.

‘자기주도학습’을 주제로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포럼은 ‘난수표 전형’이라는 평가를 받는 복잡한 대학 입시 준비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싶은 부모의 간절함이 가득했다. 참석자들은 꼼꼼히 노트 필기를 해가며 강의를 들었고, 저마다 입시 준비와 자녀 교육에 대한 불안감과 갑갑함을 털어놨다.

강연자로 나선 김판수 숭실대 교수는 ‘자기주도학습’에 필요한 부모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했다. 낮은 성적을 받아온 아이에게 면박을 주거나 부모의 만족을 위해 과도한 사교육을 시키는 등 부적절한 부모의 행태를 지적할 때마다 강연장 중간 중간에서 탄식 섞인 한숨이 흘러 나왔다. 반대로 김 교수가 ‘자기주도학습’의 핵심은 ‘통제와 조절’이라며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기초 생활 습관부터 길러줘야 한다고 했을 때는 탄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 시간 남짓한 강연 시간 동안 학부모들은 강연자의 말과 몸짓 하나하나에 온 시선을 집중했다.

질의응답시간에는 학부모들의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1시 넘어까지 이어졌다. 강연자인 김 교수가 조언했다.

-휴대전화를 사주겠단 약속에 성적을 올려 인문계 고교에 들어간 아들이 다시 성적이 떨어져 고민이다.

“물질적으로만 보상할 게 아니라 학습 태도의 변화를 통해 성취욕을 느낄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작은 성취감을 반복하는 것이 자기주도학습의 출발이다.”

-학원에서 포트폴리오 관리를 받는 아이들이 많은데 우리 아이도 보내야 할지 걱정이다.

“대학에서는 만들어진 아이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갈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입학사정관제가 자리를 잡을수록 학원에서의 스펙 관리는 다 걸러지게 돼 있다.”

김 교수는 특히 “자녀의 교육이 바뀌기 위해서는 아이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부모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부모에게 변하라고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정보 제공 등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2 자녀를 둔 김순점(51)씨는 이날 아침 KTX 첫 차를 타고 부산에서 올라왔다. 매달 포럼에 참석하는 김씨는 “부산만 해도 입시정보를 알 만한 곳이 없다”며 “무턱대고 학원 보내는 것보다 강의를 듣고 그대로 실천해보는 것이 아이 교육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에서 얻은 정보를 학부모회나 이웃 엄마들과의 자리에서 나누다 보면 다른 학부모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부산에서 온 김미경(43)씨도 “지방에만 있으면 엄마들끼리 잘못된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도 많다”며 “수고스럽긴 해도 서울에 올 때마다 큰 도움을 얻는다”고 말했다.

고1 자녀를 뒀다는 박경희(45·광주광역시)씨는 “서울에서 하는 강연은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부모의 경우 참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복지라고 해서 무상급식을 하는 것도 좋지만, 학부모에게 정말 필요한 살아 있는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데 신경을 더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행복한학부모재단 학부모위원 김주연(45)씨는 “수도권 외의 지방에서는 꼭 필요한 정보라도 알지 못해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이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교육 없이 대학에 합격한 사례와 학습정보를 모아 학부모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행복한학부모재단 이정호 사무총장은 “대학 입시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일반 학부모들이 알 수 있는 통로는 매우 비좁다”며 “학부모들에게 꼭 필요하고 올바른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 없이 우리 자녀 잘 키우기’를 주제로 개최된 이날 포럼은 올 들어 세 번째다. 매월 셋째주 금요일(4월부터는 목요일) 학부모를 상대로 대학 입시 등 자녀 교육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1, 2월에는 입학사정관제와 독서 교육을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4월부터는 EBS 스타 강사인 윤연주(이화여고) 강사를 시작으로 전문가들이 밝히는 과목별 학습 전략이 소개된다.

재단법인 행복한학부모= 학부모의 교육·정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 10월 창립됐다. 교육정보 부족과 사교육의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 학부모리더교육, 열린마당포럼, 소외계층 학부모 지원 등 정보 공유의 장을 열고 있다. 재단 이사장은 홍승용 전 인하대 총장이 맡고 있다.

글=박정식·윤석만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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