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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크기 줄인 상식 밖 재건축 … 강남서 첫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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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부담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집 크기를 줄여 재건축하는 서초 우성2차 아파트. [강정현 기자]

실속을 노린 것인가, 아니면 세태 변화를 반영한 것인가. 지금의 집보다 전용면적을 줄여 재건축하는 단지가 처음 선보였다. 서울 서초동 우성2차 아파트 이야기다.

 이 아파트 재건축 계획에 따르면 새로 지을 622가구 중 조합원 몫인 403가구는 전용면적이 지금보다 대부분 5~6% 감소한다. 82㎡형만 84㎡형(이하 전용면적)으로 조금 넓어질 뿐 나머지 4개 주택형은 가구당 6~9㎡가 작아지는 것이다. 이 안은 최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유영남 조합장은 “아직 사업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설문조사·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고 시공사(삼성물산)까지 정해졌으므로 계획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제도에서 이 아파트는 지금보다 전용면적을 최대 10% 넓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크기를 줄여 재건축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부담금 때문이다. 주어진 용적률(땅 면적 대비 지상 건축면적 비율) 안에서 조합원의 집을 크게 만들면 그만큼 일반분양분이 줄고, 따라서 조합원이 내야 하는 돈은 늘어나게 마련이다.

 지금과 비슷한 크기로 재건축한다면 84㎡형 121가구를 일반에 팔 수 있다. 인근 반포동에서 지난해 하반기 나온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3.3㎡당 3300만원 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분양분이 1가구 늘어날 때마다 부담금을 10억8900만원씩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면적을 10% 넓히는 재건축 방식보다 부담금이 가구당 평균 1억3000만원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요즘의 아파트가 서비스 면적이 넓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전용면적은 같더라도 실사용면적은 훨씬 넓어진다는 뜻이다. 설계를 맡은 정림건축의 유민경 소장은 “84㎡형의 경우 서비스 면적 등을 포함하면 기존 101㎡형의 크기와 비슷해지므로 수요자 입장에서는 굳이 전용면적을 키울 필요가 없다고 여긴다”고 전했다.

 조합원의 대부분이 장년·노년층이어서 작은집 선호도가 높아졌다. 이제까지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가능한 한 집 크기를 키웠다. 재건축 아파트 소형 평형(전용 85㎡ 이하) 의무비율이 시행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은 지 30년이 지난 이 단지의 조합원들은 자녀를 출가시키고 부부만 거주하는 60대 이상이 많다고 한다. 유 조합장은 “살림살이 때문에 집이 작아지면 곤란하겠지만 굳이 넓힐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집을 갖기보다 부담을 줄여 실속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중대형 아파트로 시세차익을 남기기 어려워진 현실도 반영한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선임연구위원은 “노후를 여유 있게 보내려는 수요자들이 재건축 패턴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최현주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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