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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중국·스위스도 “원전 재검토” … 석탄·가스값 가파른 오름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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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세계 에너지정책의 지각 변동이 시작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각국의 원전 개발에 제동이 걸리면서다. ‘원전 르네상스’가 빛을 잃으며 천연가스와 석탄을 이용한 화력 발전이 원자력 발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등 대체에너지 개발에도 박차가 가해질 전망이다.

 중국은 16일 원전 건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62개로 이 중 27개가 중국에 있다. 앞서 독일은 17개 원자로 중 7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스위스도 노후 원자로를 신규로 교체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했다.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3.5%다. 유럽에서는 전체 전력 생산의 28%를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시어리 브로스 애널리스트는 “세계 각국이 원전 계획 확대를 주저하면서 에너지 시장의 대대적인 전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도이체방크 대니얼 브레브너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그린 에너지의 미래로 각광받던 원자력이 갑작스럽게 냉전 시대의 위험한 유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각국이 원전 개발을 재검토하면서 국제 시장의 에너지 가격도 재편되고 있다. 화력발전에 사용되는 천연가스와 석탄 가격은 급등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의 가격(유럽 기준)은 대지진이 발생한 11일 이후 13.4% 폭등했다. 발전용 석탄 선물(유럽 기준)도 같은 기간 10.8% 오른 t당 134달러를 기록했다. 30개월 만에 최고치다. 반면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 가격은 25% 급락했다.

 LNG 가격 급등에는 원전 폭발로 LNG 발전을 늘린 일본의 수요도 한몫했다. 반면 공급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연간 7700만t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LNG생산국인 카타르는 생산 시설을 추가할 계획이 없다. 이란도 미국의 핵 제재로 수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고 정정불안에 시달리는 나이지리아도 LNG 공장 건설 계획을 연기했다. 로열더치셸의 사이먼 헨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본의 수요가 늘어나며 LNG 시장의 공급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며 “유럽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LNG 수입량이 줄어든 데다 LNG 매장량이 풍부한 호주가 생산을 확대해 부족 사태에 직면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화력발전소가 원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탄소배출권 가격도 오름세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탄소배출권은 대지진 이후 10% 오른 17.76유로(메트릭톤당)를 기록했다. 독일 에너지기업인 RWE와 이온(Eon)의 화력발전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으로 27개월 만에 최고치에 이른 것이다.

소시에테제네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34개국이 원전을 폐쇄하고 가스 발전소로 대체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년 10억t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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