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못 말리는 중국 자선왕, 지진 난 날 일본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천광뱌오 회장이 중국의 지진 현장에서 구호활동을 하고 있다. [신화통신]

“큰 사랑은 국경이 없어야 한다. 중국인의 자선활동도 이제는 세계로 나가야 한다.”

 동일본 대지진 와중에 중국 기업인이 거액을 쾌척하고 직접 일본의 지진 현장으로 날아가 화제다. 중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자선 활동을 해온 기업인 천광뱌오(陳光標·진광표·43)가 주인공. 그는 장쑤황푸 재생자원이용공사의 회장이다.

 동일본 대지진 소식이 전해진 11일. 천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은행으로 달려가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을 인출한 것이다. 그는 이 돈을 일본으로 송금하고 홍콩을 경유해 직접 일본으로 달려갔다. 그는 환구시보(環球時報)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으나 현재 일본의 어느 지역에 머물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천 회장은 기고문에서 “나는 쓰촨(四川)대지진과 칭하이(靑海)대지진 때 구호활동에 직접 참가한 경험이 있다”며 “이번에 힘이 닿는 데까지 이웃 나라 일본을 돕고 싶다”고 밝혔다. 천 회장은 “중국이 앞서 몇 차례 지진을 당했을 때 국제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며 “나의 행동은 그에 대한 보답”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국경 없는 재난 앞에 인류는 다 함께 사랑을 실천할 뿐”이라며 “내 재산은 빌 게이츠보다 적지만 남을 도우려는 마음은 그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천 회장은 어린 시절에 얼음과자를 팔아 생활비를 벌 정도로 가난했으나 대학 졸업 후 자수성가했다. 낡은 가전제품과 기계설비 부품을 재가공해 파는 사업으로 연 매출 121억 위안의 중견 기업을 일궜다.

 천 회장의 자선 활동은 중국에서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활발하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의 순익 4억1000만 위안의 78%인 3억1300만 위안을 이미 사회에 환원했고 약 70만 명에게 13억4000만 위안을 기부했다.

 지난해 9월 말엔 미국의 억만장자 자선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베이징에서 개최한 자선 행사에 참석했다. 그 무렵 그는 게이츠와 버핏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사후에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재산은 50억 위안(약 8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1월엔 대만으로 건너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5억 대만달러(약 200억원)의 현금을 지급해 화제가 됐었다. 당시 그는 타오위안(桃園)·신베이(新北)·난터우(南投)·화롄(花蓮) 등지를 돌면서 1만 대만달러(한화 약 40만원)와 5만 대만달러가 든 봉투를 현지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나눠줬다.

 천 회장은 당시 “대만 방문은 대만 동포들이 대륙에서 재앙이 있을 때마다 대륙 동포들을 도와주었기 때문에 ‘감사의 여행’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너무 공개적으로 자선행사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천 회장은 “더 많은 중국인이 자선 을 실천하도록 자극하기 위해 다소 요란하지만 널리 알려지는 자선 방식을 선택했다”고 해명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