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안 다녀도 서울대 간다나만의 공부 계획을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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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은 투자에 비례한다’ 사교육 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비용이 좀 들더라도 잘 가르친다는 학원에 아이를 맡겨야 성적이 오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연 그럴까?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도 2011 입시에서 당당히 서울대에 입학한 김용무(19·천안 중앙고 졸업)군과 유민경(19·아산 한올고 졸업)양을 만나 그들만의 공부비법을 들어봤다.

천안 중앙고등학교 김용무군

원리를 알면 공부가 재미있다

정시전형으로 올해 서울대 생명과학부에 입학한 김용무(19)군은 부모님이 모두 교사다.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진로상담이나 “힘 내라”는 격려의 말이 전부였다. 학원 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김군은 중학교에 들어간 뒤부터 스스로 공부에 재미를 들이기 시작했다.

 편식하는 과목이 없을 정도로 모든 과목을 좋아했지만 수학과 과학에 관심이 많았다. 과학경시반에 들어갔고 학교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수학적 원리 탐구에 큰 흥미를 느꼈고 문제를 풀며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때마다 큰 성취감을 느꼈다.

시간허비·방해요소 차단하라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이 있듯이 김군은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했다.

 매일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났다. 통학차량을 타면 어김없이 전자사전을 꺼냈다. 텝스(TEPS), 수능 외국어영역 모의고사, 독해지문 낭독파일을 매일 들었다.

 자습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는 단어를 외웠다.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식판을 들 때까지 단어장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남을 잘 의식하는 편이어서 친구들에게 뒤처진다는 느낌이 들면 크게 자극 받았다. 선의의 질투심은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공부하면서 집중에 방해되는 요소도 과감히 차단했다. 중학교 때부터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을 없앴다. 휴대전화도 고3 여름방학이 될 때까지 사지 않았다.

학업 구심점은 학교수업

학업의 구심점은 학교 수업이었다. 김군은 학교 수업에 집중하기 위해 낮에 졸지 않도록 밤에 잠을 많이 잤다. 1~2학년 땐 7시간 정도 잤고 고3이 되어서도 6시간에서 6시간 30분 정도는 수면을 취했다. 김군에게 있어 ‘4당 5락’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았다.

 잠을 많이 자는 만큼 수업시간에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학원도 전혀 다니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주의 깊게 듣고 어려운 부분이 생기면 꼭 찾아가서 해결했다. 시험 전에는 과목별 문제집을 두 권 이상 풀었다. 수첩에 메모하는 습관을 잘 들여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한 점도 큰 도움이 됐다.

과목별 공부방법이 다르다

국어는 EBS고전문학과 현대문학 교재로 기반을 다졌다. 빠르고 정확하게 지문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문을 읽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영어는 시중에 나온 단계별 수능 대비 교재로 대비했다. 텝스 리스닝(TEPS Listening)과 수능 교재로 공부했다. 영어는 전체적인 흐름을 빠르게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학은 방학마다 문제집을 풀며 선행학습을 했다. 수학 정석 시리즈로 개념을 익혔다. 3학년 때는 기출문제집과 EBS교재를 풀었다. 김군은 수학은 다른 과목보다 실수가 없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의고사 때 평균 두 문제 정도 실수가 나왔는데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개념이해를 바탕으로 문제를 많이 풀 것을 권장했다.

아산 한올고등학교 유민경양

기초부터 다져라

수시전형으로 서울대 간호학과에 입학한 유민경(19)양은 초·중학교까지는 성적이 중·상위권에 머물렀다. 고1때까지도 성적이 오르지 않자 급한 마음에 학원을 다녀보았지만 성적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기초가 없는 상태에서 학원 수업을 무작정 따라가다 보니 몸만 힘들고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고2때부터는 학원 다니는 것을 포기하고 학교 수업에 열중했다. 그러면서 차차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됐다.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저 없이 선생님을 찾아가 묻고 이해할 때까지 매달렸다. 기초를 다지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슬럼프를 예상하라

유양은 철저하게 공부계획을 짰다. 특히 내신에 영향을 미치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는 슬럼프에 빠질 것까지 예상해 4주 전부터 공부계획을 짰다. 시험당일 전까지 한 과목 당 최소 3~4번은 반복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구성했다. 이같이 철저한 공부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시험당일에는 전 과목을 하루에 훑어 볼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자습반(야간자율학습)도 최대한 활용했다. 고2때까지는 오후 10시까지, 고3때는 12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했고 끝나면 독서실로 자리를 옮겨 새벽 2시까지 공부했다. 유양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공부했기 때문에 성취감이 있었다.

‘공신’과 경쟁하라

유양은 공부하는 동안 크게 힘들어 하지 않았다. 꽉 짜인 공부 스케줄에 따라 움직였기 때문에 지치지 않을수 있었다. 때론 무기력해 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공신(공부의 신)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공부 잘해서 성공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 마다 자극이 됐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유양은 “누군가에게 자극을 받으려고 스스로 노력했다. 공부 잘한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일부러 찾아봤다. 그 덕에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양이 공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시험이 끝나면 그날 하루 푹 자는 것. 자고 나면 다시 책상에 앉아 공부할 힘이 생겼다고 한다.

학교 선생님과 친해져라

유양은 자신의 서울대 합격 1등 공신으로 주저 없이 학교 선생님을 꼽았다. 자신을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해준 것도 학교 선생님 덕이고, 쉬지 않고 공부에 매진하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 것도 선생님이었다.

 학교 내 학습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꼼꼼한 학습 계획을 짜는 방법을 알려 준 것도 다름 아닌 학교 선생님이었다. 나보다 공부 더 잘하는 친구들과 경쟁하지 말고 자신과의 싸움을 하도록 격려해 준 것도 선생님이었다. 유양은 “학교 선생님과 친해지는 것이 서울대 가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했다. 유양은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글=장찬우·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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