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선물 대신 헌혈·봉사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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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가수 김장훈

13일 오후 서울 신촌 지하철역 앞. “화이트 앤드 레드 데이(White & Red Day)가 14일 입니다! 헌혈하세요!” “진정한 사랑을 실천합시다!”

 피켓을 든 청년 40여 명의 외침이 북적대는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화이트데이 전날, 휴일 데이트를 나온 연인들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청년들은 “2011년 한 해의 헌혈 약속을 적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들에게 ‘헌혈 약정 종이’를 건넸다. 시민들은 올해의 헌혈 계획을 적어 옆에 설치된 배너에 붙였다. 또, 지갑 속에 잠자는 헌혈증을 꺼내 즉석에서 기부함에 넣기도 했다. 두 시간 만에 200여 명의 시민이 헌혈을 약정했다.

 이 청년들은 한국대학생 자원봉사원정대(V원정대) 회원들이다. 대한적십자사와 손잡고 시민들의 헌혈 약정과 실천을 독려하는 행사를 열었다. 김상민 대표는 “연인들만의 날인 화이트데이를 2011년부터는 생명 사랑 실천의 날로 확장하자는 캠페인”이라고 설명했다. 14일에는 서울 연세대, 수원 성균관대, 대전 KAIST 등 전국 8개 지역에서 즉석 헌혈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남녀 간에 사탕 ·초콜릿 등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알려진 ‘화이트 데이’ ‘밸런타인 데이(Valentine’s Day·2월 14일)’는 각종 ‘데이’(14일)를 양산하며 소비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자는 움직임이 청년층에서부터 일어나고 있다. 올해에는 화이트 데이 대신 ‘화이트 앤 드 레드 데이’(헌혈), ‘에코화이트 데이(Eco White Day·환경)’, 밸런타인 데이 대신 ‘볼런티어 데이(Volunteer Day·자원봉사)’ 등이 새롭게 소개됐다. ‘볼런티어 데이’ 공연은 지난 2월 13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열렸다. 소비문화에 치우친 밸런타인 데이를 한 해의 봉사·기부계획을 세우는 ‘볼런티어 데이’(자원봉사의 날)로 삼자는 것이다. 공연은 V원정대가 주최했고 ‘기부왕’으로 알려진 가수 김장훈씨가 참석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지난 8일 에코화이트 데이 워크숍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치회관에 남녀 연인 10여 쌍이 헌 옷을 들고 모여 재활용 천으로 면 생리대 만드는 법을 배웠다. 남성이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날인 ‘화이트데이’를 여성을 이해하고 환경을 사랑하는 날로 만들자는 것. 행사를 주최한 강희영 사무처장은 “지금은 소규모이지만 대안문화로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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