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절·복통에도 대학병원 응급실? 중소병원 가야 대접받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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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 대학병원 응급실에 달려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대부분 ‘찬밥’ 신세다. “기다리세요” 또는 “자리가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 보세요”라는 말을 더 많이 듣는다.

환자들은 불만을 토로하지만 병원도 할 말이 있다. 원래 응급실은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들만 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과 인력, 그리고 의료장비는 생명을 다투는 환자 순으로 배정된다. 환자가 알아야 할 ‘응급실 100% 활용하기’를 소개한다.

고열로 응급실을 찾은 한 어린이가 진찰을 받고 있다. [을지병원 제공]

대학병원에선 심장·뇌손상이 우선 치료대상

갑자기 아프면 으레 대학병원을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중소병원이 대형병원보다 더 낫다. 대형병원에는 심장·뇌 손상·다발성 외상 환자가 우선 치료 대상이다. 그 밖의 증상으로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우선 순위에 밀려 시간만 버릴 수 있다.

대형병원에 꼭 가지 않아도 되는 대표적인 상해가 골절이다. 을지병원 응급의학과 이형민 교수는 “단순골절 시에는 부목을 대고 붕대를 감는 것이 전부다. 아주 기초적이고 매뉴얼도 정해 있어 수련의사가 처치해도 충분하다. 설사 수술이 필요하더라도 부기가 빠진 1~2주일 뒤에 해야 한다. 중소병원에서 빨리 처치 받고 차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수술받아도 된다”고 말했다.

성형외과 수술도 마찬가지다. 특히 얼굴 부위가 찢어졌을 때는 '빨리' 보다 ‘잘’ 꿰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병원에선 가벼운 수술로 판단해 전공의나 인턴이 내려와 꿰매는 경우가 많다. 중소병원 응급실에서 1차 처치(드레싱)를 받고 다음날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곳으로 가서 수술을 받는 게 현명하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서길준 교수는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것은 손상 1시간이든 20시간 뒤든 결과는 비슷하다. 24시간 내에만 수술받으면 된다”고 말했다.

수지접합 역시 대학병원보다 광명성애병원·두손병원·강남베스티안병원·수병원 등 수지접합 전문병원으로 가는 게 좋다.

단순히 배가 아픈 경우도 마찬가지다. 체했거나 소화기계 경련으로 판명되면 대학병원에서 무리하게 기다리지 말고 중소병원에 가서 편히 수액을 맞는 게 낫다.

화상·약물중독·어린이, 전문응급센터 가야

화상·약물중독은 전문응급센터를 이용하면 좋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이재호 교수는 “화상 환자에 필요한 치료 기구·약제, 약물중독에 필요한 의료시스템은 큰 대학병원이라도 모두 갖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지정 화상전문응급센터는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이 유일하다. 이곳에는 응급실 내 화상전담팀이 있어 치료가 수월하다. 약물중독환자를 위한 전문응급센터로는 서울아산병원이 지정돼 있다. 일반병원보다 약물중독 전문의가 더 많고 환자를 감별하는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영·유아는 진단장비와 치료기구도 어른과 다른 것을 써야 하고,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에 어린이 전문응급센터에 가야 정확한 처치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소아전문응급센터는 현재 서울아산병원과 순천향대천안병원에 있다. 서울대병원·한림대강남성심병원·이대목동병원·아주대병원과 소화아동병원(서울 용산구)도 24시간 소아전문응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응급뇌혈관질환특성화센터(22개), 응급심장질환특성화센터(22개), 중증외상특성화센터(35개)도 보건복지부 전문 응급센터(세부 목록은 http://www.1339.or.kr에서 확인)로 지정돼 있다.

절단된 손가락은 젖은 거즈에 싸서 차갑게 유지

응급실 가기 전 주의해야 할 사항도 많다.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유인술 교수는 “치아가 빠졌을 때는 휴지에 싸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혀 아래 넣고 오거나 우유 또는 깨끗한 물에 담아 와야 한다”고 말했다. 화상을 입었을 때 억지로 옷을 벗겨 소주로 소독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잘못된 행동이다. 유 교수는 “피부가 떨어져 나가면 감염되기 쉽다"며 "옷을 잘라 제거한 뒤 생리식염수나 얼음물에 화상부위를 5~10분 정도 식힌 뒤 병원으로 데려 오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혈압이 있는 부모님이 갑자기 쓰러졌을 때 우황청심원을 입에 넣고 머리를 베개로 받치고 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식을 잃은 환자에게 우황청심원이 기도를 막게 할 수도 있다. 머리가 아니라 목 부분을 베개로 받치고 아무것도 먹이지 말고 응급실로 이송해야 한다. 손가락이 절단됐다면 떨어져나간 부위를 젖은 거즈에 싸서 차갑게 하고, 잘린 부분은 깨끗한 수건으로 압박한 채 병원에 가야 한다. 손톱이 빠졌을 때도 빠진 손톱을 그 자리에 그대로 올려 밀리지 않게 깨끗한 수건으로 감싸고 병원으로 간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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