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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본 대지진] 생태·갈치 수급 비상 … ‘물가 쓰나미’ 식탁 덮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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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일본 지진으로 안 그래도 악재가 많은 물가에 먹구름이 더 짙어졌다. 생태·갈치·고등어 같은 수산물 수급이 불안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수입되는 소스류나 과자, 사케도 장기적으로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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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수산물 값 악재 만나=당장 문제가 되는 것이 수산물이다. 특히 전량 일본에서 수입하는 생태는 비상이 걸렸다. 농수산식품부에 의하면 지난해 일본서 수입한 생태는 3만 1108에 달했다. 노량진수산시장 강명일 조합장은 “생태는 주로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지역에서 잡히는데 이번 지진으로 조업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최소 20~30%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이용호 수산담당 MD(상품기획자)도 “14일부터 들어오는 일본 생태의 현지 시세가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마트는 홋카이도 조업 업체들이 조업을 시작하는 대로 잡은 생태를 항공으로 운송해 들여오기로 했다.

 일본 생태를 대체할 수 있는 품목으론 러시아산 동태가 유일하다. 그러나 생태 대신 동태를 사먹으면 되는 일반 가정과는 달리 생태탕을 팔아야 하는 음식점은 원료 조달이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역삼동에서 생태탕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모 사장은 “현재 생태탕 1인분을 1만2000원에 팔고 있는데, 생태 가격이 너무 오르거나 재료 확보가 어려우면 생태탕 대신 당분간 동태탕만 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동태의 경우 이마트는 6월 정도까지 판매할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일본산 생태값은 롯데마트에서 650g짜리 한 마리가 지난해 10월 5980원에 팔리다가 최근엔 겨울 성수기가 지나면서 마리당 3980원으로 안정세였다. 하지만 지진 악재로 다시 상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일본에서 1667을 수입한 갈치도 문제다. 롯데마트는 12일부터 일본산 생물 갈치 판매를 시작했는데 추가 물량 확보는 쉽지 않다. 하루 평균 1500마리 정도 수입해 팔았는데 이는 하루 갈치 판매량의 5분의 1 수준이었다. 롯데마트 이용호 MD는 “지진 영향으로 조업하는 배와 잡는 물량이 기존의 절반 정도로 줄어 현지 시세가 50%가량 오른 상태”라고 전했다. 일본산 갈치는 국내산 제주 갈치와 맛이 비슷하면서 약 20% 정도 가격이 저렴해 주로 재래시장과 식당에서 유통되고 있다. 이런 일본 갈치 수입량이 줄어들 경우 잡히는 양이 줄어 안 그래도 비싼 국내산 갈치까지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의하면 국내산 갈치값은 1kg당 도매값이 지난해 10월 1만5762원에서 현재 1만7600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8720을 일본서 수입한 고등어도 타격이 예상된다. 롯데마트 측은 “급등한 국내산 고등어값 때문에 올해부터 일본산 물량을 확대하려 했지만 지진으로 영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의하면 국내산 고등어값은 지난해 10월 1kg당 3769원 하던 도매가가 4483원까지 올랐다.

◆일본산 가공식품도 수급 비상=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일본산 수입식품은 간장·된장 등 소스류와 캔디·과자류가 대부분이다. 전체 수입식품 중 10~15% 정도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현재 재고 물량은 약 3~4개월간 팔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진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 물량 확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960만 달러(약 107억원)어치가 국내에 수입된 사케도 수급 불안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 예측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인 관광객이 국내 대형마트에서 생필품 구입을 늘리고 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는 11~12일 외국인이 올려준 매출이 전주 이틀간 대비 15% 늘었다. 이 점포의 외국인 고객 중 70~80%가량은 일본인이다. 특히 라면 59%, 즉석 조리식품 47.7%, 곡물 42.7%, 생수 35.4%, 레토르트식품 33.2% 순으로 매출 증가율이 높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생필품 중심으로 매출이 갑자기 늘어 일본인 관광객들이 상대적으로 생필품을 구하기 쉬운 한국에서 사서 귀국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

최지영·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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