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초과이익공유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超過利益共有制)가 거듭 혼란을 부르고 있다. 누구도 상생협력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기업의 이윤을 중소부품업체와 나누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떻게 기업 내부의 이익공유(profit sharing)제를 기업 간의 거래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가. 자본주의와 헌법 정신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다.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짐작된다.

 물론 자본주의는 불완전하다. 자본주의는 사회적 합의와 합리적 보완 과정을 거쳐 건강성을 회복해 왔다. 하지만 초과이익공유제는 발상 자체가 지나치게 반(反)시장적이다. 지금도 대기업과 부품협력업체의 불공정거래는 공정거래법 단속 대상이다. 더 부품협력업체를 돕고 싶다면 하도급(下都給) 관련법을 강화하면 될 일이다. 대기업의 과도한 이윤이 문제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면 조세법을 손질해야지 엉뚱한 규제를 새로 들고나올 게 아니다. 더구나 초과이익공유제는 어떤 사회주의 국가조차 성공한 경우가 없었다.

 경제이론의 뒷받침 없는 경제정책은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이익 공유 대상이 연초 세운 목표이익을 초과 달성한 대기업이라면, 이들은 너나없이 미리 목표이익을 2~3배씩 뻥튀기할 게 분명하다. 결국 국가가 목표이익에 간섭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미리 부작용도 짚어봐야 한다. 대기업들이 초과이익공유제를 피해 해외 부품업체들에 눈을 돌린다면 결국 국내 중소기업만 피해를 보게 된다.

 초과이익공유제의 제도화는 무리다. 대기업과 부품협력업체의 동반성장은 자연스레 유도해야지, 인위적으로 강제할 사안이 아니다.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는 중소기업 기술을 가로챈 대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과시켰다. 이런 마당에 초과이익공유제까지 얹는다면 상생협력이라는 우리 사회의 소중한 합의까지 유실(流失)될지 모른다. 하루빨리 경제학계의 합리적 논의를 통해 정리해야 한다.

 더 이상의 혼선을 막으려면 정 위원장이 단안(斷案)을 내려야 한다. 자신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되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카드를 접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초과이익공유제가 쓸데없는 이념논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지름길이다. 대표적 경제학자이던 정 위원장이 왜 무리한 카드를 무리하게 밀고 나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경제만 멍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