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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눈 달린 남자 퉁기고 두드리고 … 기타는 그의 장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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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2의 스티비 원더’로 불리는 미국의 시각장애인 뮤지션 라울 미동. “한 장르에 머무르는 건 불편하다. 나에게 음악은 단지 음악일 뿐”이라고 했다. 19일 세 번째 방한 무대를 꾸민다.

음악은 소리 예술이다. 소리에는 눈이 없다. 그런데도 종종 오해 받는다. 눈을 자극하는 퍼포먼스가 가수의 첫째 덕목인 양 추켜세운다. 미국의 싱어 송 라이터 라울 미동(Raul Midon)은 그런 오해에 맞선다. 그는 오직 소리로만 음악을 소통한다. 미세한 진동마저도 음악으로 포착한다. 이유가 있다. 그는 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었다. 그러니까 귀를 열고 들어오는 소리로 세계를 인지했다. 그 소리를 만지는 재주가 남달랐던 그는 훗날 뮤지션으로 성장했다.

 음악의 본질에 집중해왔기 때문일까. 세계 음악계가 그의 사운드에 대한 찬사로 떠들썩하다. 시각 장애를 딛고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자리잡은 스티비 원더를 떠올리는 이들도 적잖다. ‘제2의 스티비 원더’란 별칭이 자연스레 따라붙는다. 스티비 원더 역시 2005년 미동의 데뷔 앨범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State Of Mind)’에 하모니카 연주자로 참여해 힘을 보탰었다.

 라울 미동이 한국에 온다. 19일 오후 7시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세 번째 내한 공연을 펼친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로부터 늘 좋은 영감을 얻어왔다”고 말했다.

 “너댓 살 때부터 콩가 드럼을 연주했고, 여섯 살에 처음으로 기타를 잡았어요. 이때부터 음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에너지를 느꼈던 것 같아요.”

 미동은 기타 한 대로 멜로디·리듬을 동시에 연주하는 특유의 연주법으로 유명하다. 손가락으론 기타 줄을 퉁기고, 손바닥으론 기타 몸통을 두드려 퍼커션 리듬을 내는 식이다. 종종 입으로 트럼펫 소리를 흉내내는 ‘마우스 트럼펫’을 선보이기도 한다.

 “제 연주 테크닉은 수많은 연습을 통해 만들어낸 창작물이에요. 클래식·재즈·플라멩코 등을 익히면서 저만의 스타일을 추출해낸 것이죠.“

 듣는 이의 가슴을 파고드는 그의 촉촉한 음색은 오랜 백보컬 생활을 통해 다듬어진 것이다. 정식 데뷔에 앞서 리키 마틴·훌리오 이글레시아스·크리스티나 아길레나 등 팝스타들의 백보컬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음색을 완성시켰다. 그는 “노래는 음악과 이야기를 합친 것이다. 일평생 노래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무릇 음악이란 눈을 감은 소리 예술이다. 그렇다 해도 시각장애인 뮤지션을 바라보는 남들의 휘어진 시선이 거슬린 적은 없었을까. 그에게 “신체 장애를 딛고 뮤지션을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음악은 장애를 모릅니다(Music does not recognize disability.)” 02-3143-5155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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