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상하이 총영사관, 충격적 스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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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무슨 불륜 드라마 같다. 중국 상하이 총영사관에 근무하던 우리 외교관 여러 명이 현지 여성 한 명과 불미스러운 애정행각을 벌이고, 급기야 그 여성을 위해 각종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가를 대표하는 공직자로 외국에 나가 조국의 위상을 올려야 할 외교관들이 파렴치한 행태로 나라 망신을 시킨 꼴이다. 비리의 내용은 물론 사건이 드러난 과정, 그리고 그 처리 과정을 보면 더더욱 한심하다.

 사건의 현장인 중국은 매우 어렵고 중요한 외교현장이다. 중국은 외교현안이 많이 걸린 나라며, 감시와 통제가 심한 나라다. 특히 미인계(美人計)가 흔한 나라다. 그중에서도 영사(領事) 업무는 외교관으로서 가장 조심스럽게 처신해야 할 분야다. 많은 중국인이 한국에 와 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한국행 비자를 발급하는 영사 업무엔 각종 이권이나 민원이 집중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파렴치 외교관들이 모두 영사였고, 문제의 중국 여성 덩(鄧)이 현지에서 비자 브로커로 알려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죄는 죄를 낳았다. 외교관들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지고 복잡하게 얽힌 불륜 스캔들이 현지 교민사회의 웃음거리가 됐다. 윤리와 도덕의 문제는 실정법을 어기는 범죄로 이어졌다. 덩에게 비자를 이중으로 발급해 주는가 하면 인사정보와 비자 발급 기록 등 내부 자료를 넘기기도 했다. 대한민국 외교관이 중국 스파이 노릇을 한 셈이다. 얼마나 더 많은 비리와 불법이 저질러졌는지 모른다.

 사건이 드러난 과정은 더 문제다. 불륜 스캔들이 소문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교민사회가 들끓자 외교통상부는 문제의 외교관을 소환했다. 이중 비자를 발급해준 영사는 별 징계를 받지 않고 조용히 사직했다. 사건은 덮어질 뻔했다. 다시 문제가 된 것은 총리실로 제보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총리실은 한 달여 조사를 한 다음 ‘적절한 인사 조치’를 부처에 통보하는 데 그쳤다.

 이 정도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일부 외교관의 도덕불감증과 허술한 비자업무를 둘러싼 문제점은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외교부와 총리실의 솜방망이 징계로 그쳐선 안 된다. 공직기강을 책임지는 청와대와 감사원, 필요하다면 검찰과 국정원까지 나서 이런 망신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