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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호회 好好 성남 소리사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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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결점 없는 무대보다 관객이 웃을 수 있는 무대, 함께 어울려 신명 나게 놀 수 있는 공연을 꿈꾼다. 노는 동안 근심, 걱정을 잊으면 그만이다. 경기민요 동아리 성남 소리사랑회 회원들의 바람이다. 소리를 통해 즐거움을 얻었고, 그 행복함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그들을 만났다.

하는 사람, 보는 사람 모두 즐거운 봉사

 화려한 궁중 의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아한 동작의 화관무는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어지는 청춘가, 뱃놀이 타령 등 흥겨운 경기민요에 어느새 어깨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게 된다. 소리사랑회의 공연 광경이다. 소리사랑회는 올해로 7년 째 활동하고 있는 성남시 경기민요 동호회다. 매년 공연은 30~40여 회. 가족의 달인 5월과 추수의 계절인 9~10월이면 소리사랑회를 찾는 곳이 더욱 늘어난다. ‘이웃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관객과 어울려 한 바탕 노는 이들은 ‘2010년 성남시 평생우수 동아리’로 뽑히기도 했다.

 소리사랑회 회원은 30여 명. 모두 50~80대 주부들이다. 이 모임의 중심에는 단장 김복심(57은행동)씨가 있다. 지역 문화센터에서 경기민요 강사로 활동하는 김씨로부터 경기민요를 배운 사람들 중 ‘봉사’에 뜻을 모은 이들이 뭉친 것이다.

 올해로 10년 째 경기민요를 배운다는 이옥심(60도촌동)씨도 봉사에 끌려 민요의 세계에 빠졌다. 그는 “지역 주민자치센터에 경기민요 수업이 열렸을 때 무작정 찾아가 ‘선생님은 왜 민요를 하느냐’고 물었다”며 “김 단장의 ‘봉사할 겁니다’란 대답 한 마디에 바로 수강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남도 창이 중후하다면 경기민요는 경쾌하고 흥겨운 리듬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운 것이 특징”이라며 “내 노래에 다른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면 연습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된다”고 말했다. “관객이 박수치고 장단을 맞추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에 내가 오히려 힘을 얻는다”고 덧붙였다.

신명 나는 가락에 우울함도 잊어

 소리사랑회를 이끌고 있는 김 단장 역시 경기민요에 빠진 것은 지인의 소개로 참여한 민요교실 때문이었다. 국악을 배워본 적도 관심도 없었던 그이지만 경기민요의 장단에 절로 흥이 났다. 마침 ‘삶이 힘들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다. 민요교실이 재미를 줬다면 무대경험은 삶의 방향을 바꿔놓았다.

 “내 노래에 관객석에 있던 어르신들이 활짝 웃으면서 어깨춤을 추는 거예요. 스스로에 자신이 없고, 자신이 참 싫던 시기였는데 순간 ‘나도 남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그는 본격적인 국악공부에 들어갔다. 좋은 선생님을 수소문해 노래를 가르쳐달라며 찾아갔다. 10년이 지난 후 지역 내 주민자치센터노인복지관에서 민요를 가르치는 선생이 됐다. 민요를 통해 받은 기쁨을 나누자는 데 뜻이 맞는 제자들과 공연봉사도 시작했다.

 소리사랑회 회원들의 공연은 완벽하지 않다. 매주 한, 두 번 연습을 하지만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씨는 “단장이 개인별장단점을 분석해 지도하는 편”이라며 “장구는 10년을 해도 잘 하기 힘들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회원들은 정해진 연습시간 외에도 수시로 모여 노래를 부르고 춤사위를 연습할 만큼 경기민요에 푹 빠져있다.

 전명숙(61단대동)씨는 “연습을 계속해서 실력을 더 쌓아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흥이 중요하다”며 “공연장에 온 사람 모두가 함께 웃고 한 바탕 놀면서 우울증, 스트레스를 떨쳐 낸다”고 말했다. 동호회 최고령자인 이춘재(81신흥2동)씨도 “경기민요가 신이 나기 때문인지 점점 젊어지는 것 같다”며 “연습이나 공연이 있는 날은 꼭 잔칫날 같은 분위기”라고 맞장구쳤다.

 소리사랑회 공연은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청춘가창부타령뱃노래 등 경기민요와 화관무 같은 춤 레퍼토리가 좀더 다양해졌다.

 공연 외 봉사에도 나선다. 4년 전부터는 어린이날크리스마스가 되면 장애우들과 함께 해왔다. 김 단장은 “공연을 통해 나눔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단대동, 은행동, 금광1동, 중원노인종합복지관, 중원구노인지회 노인대학에서 경기민요를 가르치고 있다.

[사진설명] 경기민요 동호회 소리사랑회의 공연은 흥겹고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로 구성돼 누구나 신명나게 즐길 수 있다. 사진은 소리사랑회 공연 모습.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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