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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유주열] 시엔뉘(仙女)와 비리(比力)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21 밤 일본 나리다(成田) 국제공항에 거대한 팬다가 착륙하였다. 사실은 중국 쓰촨성(四川省)의 팬더를 실어 오면서 일본 비행기 전체를 흑백으로 도색을 하여 팬더처럼 보이게 했던 것이다. 그날 밤 일본 동경(東京)의 우에노(上野) 동물원은 3년 만에 새로운 식구를 맞아 들여 팬더붐을 만들고 있다.

얼마 전만해도 조어도(釣魚島) 어선 충돌과 중국의 희귀 광물 수출제한 등으로 중일(中日)간이 서먹서먹했던 일본에 시엔뉘(仙女) 삐리(比力)의 희귀 동물 팬더 한 쌍이 찾아와 중국에 대한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일본 사람들이 팬더를 좋아하는 것은 흑백 털을 갖고 있는 팬더의 모습이 한없이 귀여운데다 팬더의 느릿느릿한 몸동작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한다.

일본과 팬더의 역사는 오래다. 7세기 당(唐)에서 팬더(기록상 白熊) 한 쌍과 가죽 70매가 황실의 선물로 일본으로 전래되었다. 이것이 중국의 팬더외교(panda diplomacy)의 효시라고 한다. 신 중국 성립 후에도 중국을 상징하는 팬더를 이용한 외교는 계속 되었다.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 팬더를 기증 받았고 북한도 5두의 팬더가 전달 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수교의 선물로 중국으로부터 1972년에 한 쌍 그 후 1980년 1982년에 각각 암수 한 마리씩 기증받았으나 이제는 모두 죽어 2008년 이후는 우에노 동물원에서는 팬더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팬더를 슝마오(熊猫)라고 부르는 것은 모습이 곰같이 생기고도 사이즈는 고양이 같다 하여 부친 이름이다. 그러나 팬더를 처음 발견한 사람들은 팬더가 육식동물임에도 대나무 잎만 먹는 것을 보고 “폰야”라고 부르면서 팬더가 되었다고 한다. “폰야”는 네팔어로 대(竹)라는 의미이다. 중국의 민간의술에는 어린아이가 바늘을 삼키면 팬더의 오줌을 구해 먹인다고 한다. 팬더의 오줌이 독해서 몸 속에 들어 간 바늘을 녹인다고 믿고 있다.

중국의 국보이기도 한 팬더는 크기에 따라 큰 팬더(giant panda大熊猫) 작은 팬더(lesser panda小熊猫)로 구분되지만 전 세계 팬더가 1600두 정도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데 대부분 중국 사천성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다. 옛날에는 미얀마 베트남 등에서도 자랐다고 하나 멸종되어 지금 발견되지 않고 화석으로만 전할 뿐이다.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로고로도 사용되고 있는 팬더를 보호하기 위한 기금마련으로 중국은 1984년부터는 유료로 대여하고 있다. 대여료는 마리당 연간 100만달러이고 대여기간도 10년 이내이며 대여 기간 중 낳은 새끼는 중국 소유로 하게 되어 있다. 일본은 이번 팬더 한 쌍을 대여 받아 매년 200만 달러를 중국에 지불하게 된다.

금년 봄에 간 총리 등 일본 지도부가 중국방문을 모색하고 있어 일부에서는 일중우호(日中友好)의 상징인 팬더 한 쌍이 방중(訪中)분위기를 띄울 것으로 희망하기도 한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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