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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프로 전성시대'…교양과 오락의 짜릿한 만남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4일 두번째 시즌을 끝낸 미국 ABC방송의 〈백만장자 퀴즈쇼〉(Who Wants To Be A Millionaire).이 프로는 1주일 방송분이 모두 주간 시청률 10위 안에 드는 대기록을 세우며 미국에 '퀴즈쇼 르네상스'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에 자극받아 FOX TV는 〈욕심〉(Greed)이라는 퀴즈프로를 긴급 신설했으며 NBC.CBS 등도 비슷한 프로를 내년부터 방송할 계획이다.

퀴즈쇼 르네상스는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양한 퀴즈 프로그램이 생겨났고 시청자들의 반응 또한 좋다.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프로는 정통 퀴즈쇼 KBS2 〈생방송 퀴즈 크래프트〉와 MBC 〈생방송 퀴즈가 좋다〉. 생방송이고 거액의 상금이 걸렸을 뿐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올 1월 〈접속 신세대〉의 한 코너로 시작해 9월에 독립 프로로 자리잡은 〈도전 골든벨〉도 청소년과 학부모의 지지를 얻고 있다. 26년째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EBS 〈장학퀴즈〉도 빼놓을 수 없다.

일반인이 참여하는 퀴즈 프로그램 이외에 연예인이 출연해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맞히는 퀴즈쇼로는 KBS1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MBC 〈퀴즈 영화탐험〉, SBS 〈머리가 좋아지는 TV〉 등이 있다.

사실 퀴즈쇼는 방송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퀴즈쇼는 '문제를 내면 답을 맞힌다' 는 기본 형식이 단순해 제작이 쉬우면서도 시청자들에게 흥밋거리를 제공해 그동안 자주 등장해온 아이템이다.

EBS 장학퀴즈의 박성오 PD는 "퀴즈쇼에는 군더더기가 필요 없어 기술적인 문제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고 말한다. 또 출연자끼리 팽팽한 대결을 펼치거나 목표점을 향해 문제를 연이어 맞히는 모습은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과 유사한 맛을 준다.

하지만 현재의 퀴즈쇼 붐은 90년대 중반 이후 두드러진 제작 경향인 '오락과 교양의 결합' 에서 그 답을 찾는 편이 더 정확할 듯하다. 시청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재미있게 전달해 지적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점은 퀴즈쇼 만의 장점이다.
〈…신비의 세계〉 이원용 CP는 "패널들이 문제를 푸는 포맷이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동물의 생태에 관한 정보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연예인의 농담이나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발도 이 프로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연예인 위주 프로그램이 홍수를 이루는 주말 오후 7시대에 편성된 〈…크래프트〉와 〈…퀴즈가 좋다〉가 선전 중인 것이나 학생들만 출연, 다양한 끼와 재치를 발산하는 〈도전 골든벨〉이 15~20%대의 시청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상금이 걸렸다는 점도 중요한 계기가 됐다. 실제로 상금 액수와 시청자의 관심은 정비례한다. 미국 프로 〈백만장자…〉의 인기도 우승자에게 걸린 1백만달러(약 12억원)라는 상금 덕분이다.
거금 때문에 퀴즈를 통한 '신데렐라 탄생' 에 시청자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TV의 도덕성이 강조되는 한국의 경우 MBC 〈…퀴즈가 좋다〉의 최고 상금은 2천만원, KBS 〈…퀴즈 크래프트〉는 3백만원으로 미국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사행심을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서는 안된다" 며 상금 지급에 항의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장학퀴즈와 퀴즈아카데미 등을 연출한 MBC 주철환 PD는 "방송이 존재하는 한 퀴즈쇼는 끝나지 않을 것" 이라면서 "흥미보다는 시청자에게 질 좋은 정보를 전달하는데 주력했으면 한다" 고 말했다.

TV퀴즈쇼 궁금한 것 몇가지

◇ 퀴즈쇼의 역사

한국 최초의 TV방송국 HLKZ가 56년부터 '10만환 문답' 을 방송했다. 최장수 퀴즈쇼인 장학퀴즈는 73년 시작됐다.
74년은 KBS의 '퀴즈대학' , MBC의 '알뜰살림 퀴즈' , TBC의 '쌍쌍퀴즈' 등 8개의 퀴즈쇼가 방송되는 전성기였다. 이후 '퀴즈 아카데미' '퀴즈 동서남북' '알뜰살림 장만퀴즈' 등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 퀴즈 문제 출제 방식

퀴즈의 생명은 역시 문제. 상금이 걸린 '…퀴즈 크래프트' '…퀴즈가 좋다' 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학원 석.박사 과정 학생으로 구성된 문제출제위원회를 운영한다.
'도전 골든벨' 이나 '…신비의 세계' 는 숙련된 작가들이 문제를 낸다. 지나치게 전문적이지 않고 시사성 있는 문제를 뽑는 게 관건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성. 정답으로 제시한 것이 오답으로 확인되면 신뢰성에 금이 가기 때문에 제작진은 확인을 거듭한다.

◇ 퀴즈 프로그램의 상금

상금이 가장 많은 프로로는 언뜻 2천만원(그중 절반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주는 '…퀴즈가 좋다' 가 떠오르지만 사실은 '장학퀴즈' 다.
스폰서 SK그룹이 16주마다 한 번씩 배출되는 기장원에게 4년간 대학 학비를 모두 지급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금이 2천만~3천만원이다. '도전 골든벨' 은 우승자에게 고교 한 학기 등록금을 준다.
최초의 퀴즈프로 '10만환 문답' 에서는 제목 그대로 10만환을 상금으로 내걸었다(당시 쌀 한 가마 값은 1만8천환).

◇ 출연자 선정 방법

출연경쟁이 치열한 '도전 골든벨' 은 학교마다 정해놓은 선정 기준을 따른다. 제비뽑기.투표 등을 통하는 경우가 많지만 골든벨 예선전을 치르는 곳도 있다.
골든벨 우승자를 배출하기 위해 상위권 학생을 '밀어넣기' 하는 학교도 있다. '…퀴즈가 좋다' 는 학력.성별.직업.계층을 골고루 분배해 제작진이 결정한다.

◇ ARS 퀴즈는 왜 유치한가

방송사에서 시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ARS문제 중 하나- '다음 중 한석규가 출연한 영화가 아닌 것은□ ①쉬리②초록 물고기③터미네이터' 이처럼 너무나 뻔한 문제를 내는 이유는 우선 많은 시청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ARS 통화료의 일부가 방송사의 제작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치할 정도로 쉬운 문제는 오히려 시청자에 대한 우롱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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