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이 만든 무가베 친위부대, 카다피 용병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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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최고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25일 오후(현지시간) 트리폴리 녹색광장에 몰린 수천 명의 지지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광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요새 ‘레드캐슬’에 사냥꾼 털모자를 쓰고 나타난 카다피는 두 주먹을 쥔 채 “그들(시민군)에게 복수하라”고 촉구했다. [알자지라 방송]

무가베

짐바브웨의 군인들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최고지도자를 지원하기 위해 리비아 사태에 투입됐다고 영국 선데이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선데이 타임스는 내부 정보 보고서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된 영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짐바브웨 제5여단과 특공연대, 일부 공군 조종사들이 지난 22일 새벽 전세기를 통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서 리비아로 이동했다”며 “현재 복무 중이거나 은퇴한 군인들 수백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트리폴리에 도착해 코트디부아르, 차드, 모리타니 출신의 아프리카 용병 군단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짐바브웨 제5여단은 1981년 8월 김일성 당시 북한 주석이 보낸 북한군 고문단에 의해 창설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친위부대다. 특히 선데이 타임스는 북한제 무기를 사용하며, 북한식 군사훈련을 받은 이들이 80년대 초 2만 명이 숨진 짐바브웨의 ‘마타벨레랜드 대학살 사건’ 때 반군을 진압해 악명을 떨쳤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정부 관리는 “짐바브웨의 리비아 파병은 카다피와 무가베, 그리고 짐바브웨의 군 참모총장이자 무가베의 충신인 콘스탄틴 치웬가 사이의 비밀 협약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카다피와 무가베는 절친한 사이”라며 “짐바브웨는 카다피가 (시민군에 의해 정권을 빼앗길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덧붙였다.

 카다피는 몇 년 전 수백만 달러 상당의 원유를 공급해 짐바브웨 경제가 완전히 붕괴되는 것을 막아줬다고 이 관리는 전했다. 현재 카다피의 셋째 아들 사디 카다피는 짐바브웨 정부 소유인 마랑게 광산의 다이아몬드 채굴권을 갖고 있다.

 무가베 대통령은 80년 정권을 잡은 뒤 3만여 명에 달하는 소수 부족민을 학살하는 등 폭압적인 독재를 해왔다. 집권 초기부터 공개적으로 김일성을 역할 모델로 꼽는 등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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