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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철 여행 80% 구간 '無경치'

중앙일보

입력

2004년 개통되는 경부고속철도를 탈 경우 여정의 80% 이상을 터널과 방음벽만 보고 달리게 된다.

고속철도 소음규제치를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던 환경부와 건설교통부는 30일 국무조정실의 조정안을 받아들여 시험선 구간인 천안~대전간은 65데시벨(dB)로, 서울~천안.대전 이남은 63dB로 강화해 적용(본지 11월 19일자 29면)키로 했다.

또 개통후 15년 이후인 2020년에는 프랑스 테제베(TGV)가 새로 개발하는 뉴 테제베에 적용되는 소음규제치인 60dB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고속철도 방음벽 높이는 천안~대전 시험선 구간이 2.4m로 열차내 창 윗단에서 6.4㎝만 외부 경치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나머지 구간은 방음벽이 2.6m로 높아져 외부 경치를 전혀 보지 못하고 흰색 방음벽만 보게 된다.

즉 서울~부산간 총 주행시간 1시간56분 중 1시간9분 이상을 방음벽과 터널에 갇힌 채 달리게 된다.

경부고속철도의 서울~부산 구간은 4백12㎞. 이중 40%가 터널이고 30%는 절개지다.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는 구간은 나머지 30%인 교량구간으로 1백20여㎞에 불과하다.

이중 방음벽을 설치해야 하는 구간은 2백㎞ 이상 고속으로 달리는 구간인 40~50㎞. 소음 문제는 역사 부근인 시가지 구간에서는 속도가 낮아 문제가 없지만 2백70㎞ 이상 고속으로 달리는 교량 구간에서 발생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소음규제치가 63dB로 결정된 이상 현재 예산과 기술로는 방음벽 높이가 2.6m에 달해 조망권을 완전히 잃게 된다" 며 "기준에 맞는 새로운 방음벽을 쌓아 조망권을 확보하려면 1천억원 이상의 추가 예산이 필요, 현실적으로 어렵다" 고 말했다.

한편 국무조정실 '경부고속철도 소음기준 설정을 위한 조사단' 은 22일 프랑스 테제베 현지조사를 통해 건교부.환경부 안의 중간치인 63dB로 조정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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