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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사랑한 흑인복서, 100년 만에 용서받을까

미주중앙

입력

업데이트

헤비급 첫 흑인 챔피언 잭 존슨
백인 여자 사귀었다 전과자 돼
매케인 의원 등 사면안 제출

100여년 전 인종 차별이 극심하던 시절 백인 여성을 사랑했다는 죄로 범죄자가 되어야 했던 흑인 복싱 영웅을 복권시키자는 운동이 결실을 볼까.

피터 킹 하원의원(공화당)과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은 복싱 헤비급 첫 흑인 챔피언 잭 존슨(사진)에게 아직도 지워진 범죄자의 굴레를 벗겨주자는 결의안을 하원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지난해에도 상원과 하원은 같은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사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찰스 레인절 하원의원(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비서실장 윌리엄 데일리와 에릭 홀더 법무장관에게 존슨의 사면을 건의하기로 했다.

존슨은 1908년 12월 호주에서 열린 타이틀 매치에서 캐나다 출신 챔피언 토미 번스를 누르고 백인의 전유물이던 복싱 헤비급 타이틀을 사상 최초로 따낸 전설적인 복서. 그러나 그는 '백인의 위대한 희망'으로 불리던 번스를 2만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참하게 두들겨 팬 끝에 14회 TKO승을 거둬 백인들의 미움을 샀다.

전승 가도를 달린 뒤 은퇴했다가 존슨을 꺾기 위해 복귀한 전 챔피언 짐 제프리스와 치른 1910년 '세기의 대결'에서도 이겼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백인 폭도들이 존슨의 승리를 기뻐하는 흑인들을 습격하는 광기가 미국을 휩쓸었다.

존슨은 더구나 백인 여자를 사귀었다는 이유로 범죄자라는 굴레를 썼다. 존슨이 백인 여성 매춘부와 사랑에 빠지자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걸고넘어진 결과였다. 나중에 존슨은 이 여성과 결혼했다. 존슨은 1946년 사망했지만 아직도 법적으로는 전과자 신분이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존슨의 사면 결의안을 외면했다. 킹 의원은 "지난해 하원과 상원에서 존슨 사면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상하게도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아예 존슨 사면 촉구에 대한 언급 자체를 피했고 법무부는 킹 의원과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대통령의 사면권은 사면을 받을 경우 분명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생존자에게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칙론을 밝힌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때 대학에서 헌법을 강의한 법률 학자이기도 하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9명을 사면했지만 마약 소지죄 화폐위조죄 화폐훼손죄 등을 저지른 잡범이었을 뿐 유명인은 없었다. 킹 의원은 "지난 중간 선거 이후 대통령이 공화당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기대했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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