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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유발 효과 20조7월 6일 승리 위해세 도시 총성 없는 전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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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호 20면

겨울올림픽은 차가운 얼음과 눈 위에서 열리지만 유치전은 차가움을 녹일 만큼 뜨거운 열전으로 진행 중이다. 무한 경쟁의 삼국지다.

2018 겨울올림픽 삼국지

#장면=프랑스 안시에 대한 실사가 한창이던 11일. 일정을 마치고 미디어센터로 향하던 일부 외신기자에게 안시 유치위 관계자가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기자가 무슨 일인지 묻자 이 관계자는 “아무 일도 아니다”고 얼버무렸지만 일부 외신기자는 유치위 관계자들과 함께 사라졌다 밤늦게 본부 호텔로 돌아왔다. 프랑스 IOC 위원인 장 클로드 킬리 위원과 그룹 인터뷰를 유치위가 주선했던 것이다. 한국기자단은 제외됐다. 따돌려진 것이다. 안시 유치위 외신 담당 댄 코널리는 “온라인 스포츠 전문지만을 위한 행사였다”고 둘러댔지만 인터뷰엔 프랑스 현지 신문·방송도 초대됐다. “적국에서 온 기자들은 일부러 뺀 것”이라고 한 외신기자는 귀띔했다.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도 언론 신경전이 팽팽하다. 이번 안시 실사에 약속이라도 한 듯 독일 기자는 한 명도 오지 않았다. 한 IOC 전문기자는 “독일 기자가 안 온 것은 프랑스에 대한 무언의 압력”라고 풀이했다.

유치전 무한경쟁의 단면들이다. 겨울올림픽 유치 레이스는 스포츠 외교 총력전이다. ‘총성 없는 전쟁’으로 비유된다. 그중 IOC 실사는 후보 도시 자격을 얻은 각 경쟁지를 IOC 위원들이 직접 찾아 기본 요건을 실사하는 면접고사 성격을 띤다. 각국이 겨울올림픽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산업연구원은 평창 겨울올림픽이 개최될 경우 생산 유발 효과가 20조4973억원에 달할 것으로 2008년 추산했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8조7546억원, 직간접 고용 창출은 23만 명이다. 교통망·경기장 확충, 사회간접시설 투자 등을 계산한 수치다. 여기에다 국가브랜드 가치도 상승한다.

정상급 관심은 실사 때만 터지는 반짝 이벤트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열린 국가올림픽위원회(ANOC) 총회 때는 ‘여성의 결투’가 벌어졌다. 프레젠테이션 코스에서 프랑스의 퍼스트 레이디 카를라 브루니와 메르켈 총리가 영상으로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프레젠테이션만이 아니다. IOC 관련 행사가 치러지는 본부 호텔엔 밤늦게까지 유치위 관계자들이 커피숍·레스토랑·로비에서 IOC 위원과 관계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1분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진을 친다. 어떻게든 IOC 위원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마음을 얻어야 표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다. 평창은 사고로 양팔을 잃고 의수로 작업하는 화가 석창우 화백을 초청해 김연아 선수를 주제로 한 크로키 작업을 선보였다. IOC 실사단엔 패럴림픽 관련자들이 포함돼 있는 점을 고려에 넣은 것이다. 안시에서는 ‘미식의 나라’ 이미지를 최대한 살렸다. 만찬에 오륜기를 형상화한 디저트를 내놔 호평받은 것이다.

세계 어디에서도 국빈급 대우를 받는 IOC 위원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유치위 관계자뿐 아니라 기자들까지 여러 차례 얼굴을 익히고 평판을 챙긴 뒤에야 상대한다. 행사장에서 키스와 포옹으로 환대를 받는 이들이 있는 반면 자신의 명함을 건넬 기회도 얻기 어려운 이들도 있다. 이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결정은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릴 IOC 총회에서 내려진다. <위 사진은 프랑스 안시의 안시 호숫가에 설치돼 있는 ‘겨울올림픽 유치 기원’ 열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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