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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사회복지현장 누빈 오영식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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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충남지역본부는 1989년 천안에 둥지를 틀었다. 천안, 아산 등 충남지역에서 기업, 단체, 개인 후원자를 개발하고 모금사업을 통해 소외된 아동들을 위한 복지사업을 벌이고 있다. 새로 부임한 오영식 본부장을 만나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올해 예정된 사업계획을 들어봤다.

강태우 기자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 사업 중에 ‘잃어버린 소원’이라는 후원프로그램이 있다. 부모가 자리에 없거나 경제적인 이유로 작은 소원조차 이루지 못하는 아동을 위해 후원자가 엄마 아빠를 대신해 소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어린이날. 천안의 한 후원기업에서 시골마을 아이들을 초대해 영화를 보고 햄버거를 먹고, 평소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장난감과 옷도 선물하고,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평소 패스트푸드를 접해보지 못한 한 꼬마가 자신의 콜라를 다 먹고 조심스레 한 후원자에게 물어봤다. “저기요. 저 콜라 한잔 더 사주시면 안돼요?” 후원자는 리필의 개념을 모르는 꼬마의 손을 잡고 계산대로 가 콜라 한 잔을 리필 해줬다.

 신기한지 꼬마와 몇몇 친구들은 내기를 하듯 콜라를 먹고 리필하고 또 먹으며 하다가 배가 뽈록해졌다. 이런 아이들을 보며 후원자와 사회복지사들은 안쓰러움에 눈시울을 붉혔다.

 다음 날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게 했다. 처음엔 아이들이 김밥이나 떡볶이와 같이 눈에 익숙한 음식을 먹었다. 하지만 다른 음식을 한번 먹고 나서는 경쟁이나 하듯 그곳에 있는 모든 음식을 다 맛보려고 안간힘을 써가며 먹기 시작했다.

 후원자들은 탈이 날까봐 걱정도 했지만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말릴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얼마나 급하게 많이 먹었는지 갑자기 일어나더니 모든 걸 토하고 말았다. 놀란 사회복지사와 후원자들은 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가 씻겨주고 다른 후원자들은 식당에 양해를 구해 손수 그 자리를 치웠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토한 아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저 다시 먹으면 안돼요?”라며 조르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는 후원자들은 서로 말은 안 했지만 그 말을 들으며 측은한 마음에 눈물을 훔쳤다.

아이들은 후원자와 다음에 또 오자는 약속을 받고서야 식당을 나왔다.

 행사를 다녀온 후원자들은 누구에게는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어떤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지금도 후원자와 사회복지사들은 그날 추억을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다음은 오영식 본부장 일문일답.

-어떤 사업을 진행하고 있나.

 “어린이재단 충남지역본부는 지역에서 경제적,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동들의 안정적인 성장과 발달을 위해 후원금 지원, 문화체험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충남 16개 시·군 2047명의 아동들에게 14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주는 ‘신나는 공부방 꾸미기’ 사업도 진행중에 있다. 2009년 3가정 지원을 시작으로 2010년 18가정의 공부방을 지원했다. 2014년까지 5년간 50가정(가정당 350만원) 아동들에게 공부방을 꾸며 줄 계획이다. 이 밖에 인재양성사업에 2338만원을 지원했고 천안지역 67개 초등학교와 ‘어깨동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언제부터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었나.

 “사회복지학과를 선택한 것이 인생의 전환기가 됐다. 사실 학창시절 혼자 음악을 하면서 한 그루의 나무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 음악을 듣는 일이 예전만큼 즐거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과 깔깔거리는 웃음소리, 남들보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신의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들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1993년 어린이재단에 입사해 사회복지현장에서 활동한지도 벌써 1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아직은 신참 본부장으로 달라진 지역정서와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충남지역 소외된 아동들의 욕구충족과 이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후원자 개발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아이들의 행복한 세상을 위해 올해에도 열심해 뛰겠다.”

-어린이재단만의 특징이 있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1948년부터 63년간 세상 모든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한 길을 걸어온 아동복지전문기관이다. 국제어린이재단연맹 회원기관으로 세계 53개국 어린이와 가족을 위해 인류애를 실천하고 있다. 전문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수혜자의 욕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모금활동 동참이 저조했다. 어린이재단은 어떤가.

 “2010년 어린이재단을 통해 모금된 후원금은 657억원이다. 전년 525억원에 비해 25.27% 늘었다. 반면, 충남지역은 13억 2000여 만원으로 전년 대비 5000여 만원이 감소했다. 우리지역 아동들의 미래를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후원이 필요하다. 어린이재단은 매년 공인된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후원금 운영의 투명성을 인정받은 모금전문기관이다. 고사리 손으로 모은 돼지저금통,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생활 속에 직장인, 각종 단체, 기업 등에서 꾸준히 보내주신 후원금은 반드시 투명하게 사용돼야 마땅하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꿈과 희망을 잃어버린 아동들이 행복한 세상을 펼칠 수 있도록 정기적인 후원자 개발에 주력하겠다. 더불어 기업이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아동이 자신의 특기와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

-시민들에게 한 말씀.

 “사랑을 실천하고 나눔에 참여하는 일은 자신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개인적인 동정심이나 기업, 단체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일시적인 후원에 참여하는 것 보다는 적은 금액일지라도 꾸준히 정기후원자가 되어주는 것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안정적인 방법이다. 새해 계획을 한 가지 더 추가해 나눔 문화를 통한 따뜻한 사회를 만드는데 모두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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