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차관 때 이상희 장관 옷 벗긴 장수만 … 함바집 비리 혐의로 방사청장 옷 벗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장수만

장수만(61) 방위사업청장이 16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일명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을 눈앞에 두고서다. 함바 운영권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장 청장은 최근에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고교 동창 세무사 이모씨에게 현금 5000만원과 백화점 상품권 1300만원어치를 맡겼다는 진술이 나와 검찰의 표적이 됐다. 장 청장은 이날 방사청 내부 게시판에 사직 결심 배경을 밝혔다. 장 청장은 “저와 관련한 의혹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사태는 혐의의 진실 여부를 떠나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라며 “저 때문에 방사청 임무에 차질이 빚어져선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사직한다”고 했다.

 장 청장은 2008년 조달청장을 맡은 지 1년 만에 2009년 1월 국방부 차관에 취임했고, 지난해 8월 방사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다 6개월 만에 사임하게 된 것이다. 3년 동안 차관급 세 자리를 거치는 화려한 이력이었지만 국방차관 시절 하극상 논란에 휩싸이는 등 잡음도 많았다.

 군 관계자는 “MB(이명박 대통령) 실세로서 거침없이 군 예산 개혁을 추진하다 국방부 내 공적(共敵)이 되기도 했고, 다시 방사청장으로 날개를 다는 듯하더니 결국 비리 혐의에 연루돼 사임하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행시15회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장 청장은 이 대통령의 선거운동 시절부터 ‘MB노믹스’ 얼개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이다. 해군 중위 출신인 그는 국방부 차관 시절, 현역 군인보다 더 ‘터프하다’는 말을 들었다. 군 관계자는 “강한 추진력과 호탕한 기질 탓이었겠지만 국방부 관료들을 상대로 자신이 추진하는 의제들을 고압적으로 밀어붙였다”고 했다. 국방부 공적이란 말이 이 때문에 나왔다. 2009년 8월 장 차관은 이상희 장관을 거치지 않고 청와대에 “국방 예산은 3.4~3.8% 증액(국방부안은 7.6%)이면 충분하다”고 보고했다. 이상희 장관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게 “지휘계통의 심각한 문제로 일부 군인은 하극상으로 보고 있다”는 서한을 보냈다.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9월 이상희 장관이 옷을 벗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장 청장의 일에 대한 열정, 추진력은 대단했다. 조직 내 반발도 있었지만 정체된 제도를 개혁했고, 방산 수출 확대에 상당히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군 관계자는 “군 안팎에선 장 청장의 불명예 퇴진을 통쾌해하는 사람도, 안타까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수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