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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오디션 과도한 조건 … “사생활 침해” 지망생들 난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MBC가 공개 오디션 방식으로 아나운서를 뽑는 ‘신입사원’이 제작단계부터 논란이 되고 있다. 지원자에게 요구한 ‘방송권 동의’가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것이다.

 MBC는 접수 과정에서 ▶목소리·행동·이름·모습·개인 정보를 포함한 기록된 모든 사항을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초상과 자료를 2차적 저작물의 사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을 포함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 ▶초상과 모든 자료를 사용·수정·복사·출판·공연·배급·선전할 수 있으며 이에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약하는 것을 허용 ▶프로그램 지원 및 참가, 프로그램의 방영취소,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신체적, 정신적 손상에 대해 금전적 보상 의무가 없음 등에 동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지망생들은 “예능 프로그램이라는 걸 감안해도 요구조건이 너무 과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남성 지망생은 “튀는 모습을 위해 이것저것 시킬까 부담됐는데, 혹시라도 탈락할 경우 타 방송사 취업에 도움이 안될 것 같다”며 지원을 포기했다.

 한 방송사 프로듀서는 “일반인 출연자와 초상·방영권 등에 관해 분쟁이 생길 수 있어 세세한 사전 동의서를 받는 게 추세이긴 하지만 ‘신입사원’의 경우 취업을 위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동의를 강요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KBS의 중견 아나운서는 “예능에서 아나운서의 자질을 검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 현상이 심화될까 염려된다”고 밝혔다. 공영방송의 직원 채용을 TV로 중계하는 게 ‘전파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최재혁 MBC 아나운서 국장은 “기존 공채시험에선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훈련 받은 ‘붕어빵’만 뽑히는 한계가 있었다.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시청자에겐 감동과 재미를 선사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동의서에 대해선 “일반인이 방송 출연을 하게 될 때 작성하게 되는 서류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했다. ‘신입사원’은 27일 첫 방송된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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