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한국군 무기체계는 4세대, 전략은 2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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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이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안보와 관련, 정신이 버쩍 들게 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한국군이 북한군에 비해 무기 체계는 앞서나 전략·훈련·기획 등에서 뒤져 북한군에 이길 수 없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넉 달 전에 그곳을 방문했었는데 한심하더라”는 등 귀를 의심케 하는 내용들이다. 지난해 1년간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그의 진단이라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3월 천안함 사태는 북한군의 주도 면밀한 기습에 당한 것이다. 이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더욱 결정적인 우리 군의 허점은 이런 참담한 패전을 겪고서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또다시 기습을 허용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말 백령도 북방 서해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역에 400여 발의 해안포를 발사했다. 우리 군은 “NLL을 넘으면 즉각 대응사격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8월 북한의 해안포 10여 발이 NLL 이남으로 넘어왔으나, 우리 군은 대응사격을 하지 않았다. 게다가 해안포가 어디에 떨어지는지 대포병레이더가 잡지 못했다. 곡사포가 아니라 직사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평도 공격 시 북한은 곡사포를 사용하는 등 주도 면밀한 전략전술을 구사한 것이다.

 반면 우리 군의 대비태세는 안이하기 짝이 없었다. 천안함 이후 북한의 도발 목표가 서해 5도가 될 것이라는 점은 거의 상식 수준이었다. 그러나 백령도나 연평도에 K-9을 증강하는 등 방어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합참 차원에서 나오지 않았다. 8월에 북한 해안포를 잡지 못했으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점검해 재발을 방지했어야 하는데, 11월 연평도 사태 때 대포병레이더는 또다시 작동이 되지 않았다. 이것이 첨단무기로 무장한 한국군 전략능력의 실상인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은 “북한의 무기는 2세대이나 전략은 4세대이고, 한국군은 정반대”라고 개탄했다. 그런데도 전략전술 개발을 위한 생산적인 토의 대신 합동군제를 놓고 자리다툼이나 벌이고 있는 게 우리 군의 현실이다.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 전 위원장의 고언(苦言)대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국방개혁 의지를 더욱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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