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순천 무공천론’… 호남 의원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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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에서 4·27 재·보궐선거 때 전남 순천에 공천을 하지 않는 ‘순천 무공천론’이 불거져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순천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됐던 서갑원 전 의원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공석이 된 지역이다. 현재 허신행·허상만 전 농림부 장관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정순균 전 국정홍보처장,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10여 명이 출마를 저울질할 정도로 ‘뜨거운’ 곳이다.

 그런 순천을 민주노동당이나 국민참여당에 양보하자는 것이다. 당 연대·연합특별위원회의 홍영표 부위원장은 11일 “특위 회의에서 순천을 (타 당에) 양보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오는 13일 최고위원회에 ‘순천 무공천’ 의견을 보고한 뒤 공론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이인영 최고위원(위원장), 우원식(부위원장)·임종석(간사) 전 의원 등 수도권과 486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 부위원장은 “무늬만 연대가 아닌 진짜 연대를 위해선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희생을 해야 하고, 그래야 유권자들이 감동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호남 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영택(광주 서갑) 의원은 “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겠다는 것은 지역 유권자들의 선택을 가로막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승용(여수 을) 의원도 “설익은 야권연대로 다른 당 후보를 내면 무소속 출마자가 당선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순천 무공천론’으로 당내 수도권 인사들과 호남 의원들 간에 갈등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순천 무공천론’은 재·보선 최대 승부처인 분당을·김해을 선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순천을 양보하고 분당을에서 중량감 있는 ‘강남 진보 후보’를 영입해 야권단일 후보로 내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분당을에서까지 이긴다면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수도권 지역 완승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부 특위 위원은 순천 지역을 양보할 경우 경남 김해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영입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김 국장은 민주당뿐 아니라 무소속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채병건·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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