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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세금 낭비와 전쟁 … 쏟아지는 ‘분노의 제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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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성표
탐사부문 기자

8일 밤 11시. 중앙일보 세금낭비 시민감시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경북 문경시의 중년 남성이다. 흥분된 목소리다.

 “감사원·행정안전부 등 여기저기 편지를 보냈지만 소용이 없다”며 분통부터 터뜨렸다. 시에서 추진하는 조경사업에 수십억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제보했다. “상세한 내용은 편지로 보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틀 뒤 A4 3장을 빼곡하게 채운 자필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 말미에 “아무리 신고를 해도 ‘너는 짖어라, 나는 모른다’는 식의 시정부 태도에 화가 치민다”고 그는 썼다.

 7일부터 보도된 ‘세금 감시 잘해야 일류시민 된다’에 쏠린 독자 반응은 뜨거웠다. 전국 각지에서 “중앙일보가 앞장서 감시해 달라”는 격려와 신고 전화가 수백 통 걸려 왔다. 지속적으로 세금감시 운동을 펼쳐 달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한 분당 주민은 “감시운동에 참여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

 일반 시민뿐 아니다. 전·현직 공무원, 예술인, 공기업 퇴직 간부 등 다양하다. 기초자치단체 의원들이 지역의 세금낭비를 고발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군수의 독선적인 예산 집행을 의회가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의장과 다수당 의원들이 군수와 같은 당 소속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의회가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부끄럽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시리즈 4회(2월 10일자 8면)에 소개된 도봉구 주부들의 소송사례는 주민 분노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올 정부예산(309조1000억원) 기준으로 국민 1인당 담세액은 500만원에 육박한다. 반면 10년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예산을 심의한 일수는 평균 32일에 불과하다. 애초부터 낭비 요소를 안고 예산이 탄생하는 셈이다. 미국 독립전쟁의 발단도 세금이었다. ‘대표 없이 과세 없다(No taxation without representation)’가 구호였다. 세금은 그만큼 중요하다. 미국인만큼 세금 감시에 적극적인 국민도 드물다. 시민단체인 ‘정부 낭비에 반대하는 시민들(CAGW)’은 정규 회원만 100만 명이 넘는다.

 우리도 세금낭비에 전쟁을 선포했다. 중앙일보의 세금 기획은 그 첫 포성이다. 납세의 의무는 당연하지만 이젠 ‘납세자 주권’의 시대다. 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는 ‘적극적 시민’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적극적 시민의 첫 과업이 세금 감시임을 기억하자.

고성표 탐사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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