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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이미 바꿨다 … 박찬구 회장 독자노선 본격 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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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9일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2공장 준공 기자간담회에서 “금호석유화학이 갖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 모두(138만 주)를 4개월 뒤 팔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감자 및 출자 전환으로 6개월간 주식을 팔지 못하는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는 대로 주식을 몽땅 시장에 내놓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석유화학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분리 경영’ 주문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완전 분리를 위한 절차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지난해 2월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박인천 창업주의 2남인 고(故)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 상무보가, 금호타이어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경영하도록 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한때 주식 지분율 47%로 금호타이어의 최대주주였다. 하지만 지난해 100분의 1 감자로 지분율이 1.53%로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타이어와 함께 감자됐던 금호산업 지분(1.79%)도 함께 팔아 완전한 분리를 위해 나아갈 것”이라며 “금호아시아나 지분(13.95%) 매각은 채권단과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독자 노선을 걷기 위해 그룹 CI(그룹이미지)도 바꿀 계획이다. 김성채 금호석유화학 사장은 “CI 변경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시간을 갖고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직원들은 이미 금호아시아나그룹 CI인 ‘빨간 날개’가 없어진 명함을 쓰고 있다. 사명 변경에 대해 김 사장은 “금호라는 사명은 선대 회장의 정신을 담고 있고 세계적으로 높은 브랜드 가치가 있어 변경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경영전선에 복귀한 이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를 한 박 회장은 내내 경영 정상화를 강조했다. 그는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을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까지 졸업할 수 있게 경영 실적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옥을 옮기는 건 시간을 두고 채권단 자율협약이 끝나면 생각하겠다”고 덧붙였다. 가족끼리 화해했느냐는 질문에는 “과거 이야기”라고만 답했다.

 한편 이날 준공식을 연 여수고무 제2공장에서는 타이어·신발에 쓰이는 고합성부타디엔고무(HBR)를 연간 12만t 생산할 수 있다. 3년간 1717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지었다. 제1공장에 비해 생산성도 33% 높였다. 회사 측은 제2공장 준공으로 합성고무 시장 점유율을 9.8%에서 10.4%로 높여 세계 1위를 지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수=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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