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지지율 높다고 안주해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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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통령으로서 지지율 50%는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에 따라 지금까지 해오던 국정운영 방식을 바꿀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런데 통계상의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체감 지지율’은 그렇지 못하다. 호감도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 나아가 한나라당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이런 괴리에 대한 심리분석을 전문가에게까지 의뢰했겠는가.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율에 허점이 많다는 사실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극명하게 확인됐다. 선거를 앞둔 당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50%에 가까웠다. 천안함 폭침에 따른 위기감까지 작용해 여당에 매우 유리한 국면으로 평가됐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여당 지지율은 야당보다 두 배나 높았다. 그러나 결과는 여당의 참패였다. 한나라당은 광역단체장의 경우 서울과 경기에서만 겨우 이겼다. 서울시내 구청장의 경우 4년 전 25곳을 싹쓸이했던 한나라당은 겨우 4곳만 지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뭐가 잘못됐는가. 우선 지지율 조사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다. 대개의 지지율 조사는 가구별 유선전화로 질문한 결과다. 집에 앉아 전화를 받는 사람은 대개 노인이나 주부인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젊은 층의 여론을 반영하기 어렵다. 응답률도 10%대로 매우 저조하다. 비호감을 가진 사람들은 설문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많다. 물론 통계상의 기법을 동원해 결과의 왜곡을 최소화하는 보완을 하지만 정확하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실제 이상으로 높게 나올 가능성이 많다. 50% 지지율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얘기다.

 지지율을 내용 면에서 정확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아산정책연구원과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대통령이 잘하고 있는 일’에 대한 질문에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41.2%에 이르렀다. 그러나 ‘민주주의 발전’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6.8%에 불과했다. 경제 분야의 높은 평가와 정치 분야의 낮은 평가가 대조적이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심리분석’ 보고서는 이런 조사 결과와 맥을 같이 한다. 수치에 가린 저변 심리를 분석한 결과로 민심의 실상에 가까워 보인다. 분석 결과 진정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대통령다운 대통령’, 즉 ‘통합형 리더’다. 끼리끼리 챙기는 ‘패거리형 대통령’이나, 작은 일에 매달리는 ‘9급 공무원형 대통령’을 원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아프지만 귀담아 들어 볼만한 대목이다.

 통합형 리더십으로 가는 길은 자명하다. 보고서의 제안처럼 ‘소통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라는 제안도 시의적절하다.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는 대통령으로선 내키지 않는 구석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지지율 50%에 안주해선 안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수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