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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태 불똥 튈라 … 입 닫은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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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6일 뉴스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 새해를 맞아 연하장을 보낸 소식을 전했다. 하루 전 보도에서는 이집트 조선친선협회가 김정일을 ‘백두산의 아들’이라고 찬양했다고 선전했다. 하지만 반(反)무바라크 시위 사태에 대해 12일째인 6일 오후까지 함구하고 있다.

30년간 철권통치를 해 온 무바라크에 대한 이집트 국민의 축출 움직임이 북한 주민에게 전해질까 봐 철저히 차단하려는 것이란 게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차남 가말(국민민주당 정책위원장)에게 권력을 세습하려다 흔들리는 무바라크의 모습은 셋째 아들 김정은(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의 후계 구축을 진행 중인 김정일에게 상당한 부담이 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통제 속에서도 일부 노동당 간부와 북한 주민은 이집트 사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일 전했다. 소통 수단은 휴대전화다. 중국과의 국경에 인접한 함북·평북·양강도 지역 등지로 밀반입된 중국 휴대전화와 최근 늘어난 북한 휴대전화를 통해서다. 북한의 휴대전화 통신은 이집트의 오라스콤사가 맡고 있다. 양국은 돈독한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1973년 이집트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에 공군력을 지원했고, 무바라크는 북한을 배려해 김일성이 숨진 이듬해인 95년에야 한국과 수교했다.

  북한은 중국 선양(瀋陽)에서 운영 중인 대남 선동용 인터넷 사이트 ‘우리 민족끼리’에 최근 김정일 비판글이 게재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운영진을 평양으로 소환했다고 RFA가 5일 보도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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