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주얼리 1월 15일 인도양 통과’…해적, 영국 브로커 통해 정보 입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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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주얼리호 1월 15일 오후 오만과 인도 사이의 인도양 북부 해역 통과’.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들이 지난해 말 영국의 브로커들로부터 입수한 선박 운항 정보다. 해적들은 이 정보에 따라 삼호주얼리호의 높이에 맞는 사다리를 만들고 추격할 모선과 고속 보트까지 준비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 삼호주얼리호 해적 사건 특별수사본부는 31일 해적 13명(사살 8명, 생포 5명)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하기 전에 최소 15일간 합숙을 하며 범행을 모의한 사실을 밝혀냈다. <관계기사 6면>

 남해지방해양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해적들이 의도적으로 삼호해운 배를 노렸다가 납치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짭짤한 보상금을 받아낸 삼호해운 배가 또 지나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납치 모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경이 이날 확인한 해적 5명의 이름은 ▶압둘라 알리(21·전직 군인) ▶무함마드 아라이(23·어부) ▶압둘라 세륨(21·전직 요리사) ▶아부 카드 애맨 알리(24·전직 군인) ▶아울 브랄렛(19·학생)이다.

 석해균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을 가려내는 수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사본부는 이날 삼호주얼리호 선원 7명 중 한 명이 쓴 자술서를 바탕으로 석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을 추궁했다. 선원은 자술서에서 석 선장을 저격한 해적을 지목했다. 하지만 해적들끼리 진술이 엇갈리는 데다 책임을 떠넘겨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수사본부는 이에 따라 석 선장의 몸에서 빼낸 총알 4발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 수사본부는 석 선장의 몸에 박힌 총알 중 오만 현지 병원에서 빼낸 2발과 국내에서 뺀 2발 등 4발을 증거물로 확보했다. 수사본부는 석 선장의 몸에 있던 총알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석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을 가려낼 방침이다.

 삼호주얼리호가 31일 오후 3시(한국시각) 오만 무스카트항에 입항함에 따라 수사본부의 현지조사도 시작됐다. 현지에 파견된 수사팀(5명)은 이날 삼호주얼리호의 외국인 선원(인도네시아 선원 2명, 미얀마 선원 11명)을 상대로 피해 진술을 받고 있다. 선박 피랍 직후부터 청해부대의 작전으로 구출될 때까지 발생한 모든 피해 내용이 조사 대상이다. 수사팀은 사살된 해적 8명의 시신도 검시할 예정이다. 한국 선원에 대한 피해 조사는 선원들이 안정을 취한 뒤에 할 예정이다.

부산=황선윤·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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