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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겨울 아시안게임] 이승훈 5000m 금, 빙속 신화 시작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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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승훈이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0m 에서 금메달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아스티나=연합뉴스]


경기를 마친 이승훈(23·한국체대)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2011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알마티 겨울아시안게임 4관왕 첫 단추를 끼운 그의 입가에 함지박만 한 미소가 번졌다.

 이승훈이 31일(한국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실내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겨울아시안게임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0m에서 6분25초56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2009년 12월 월드컵 대회(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세운 자신의 최고 기록(6분14초67)에는 못 미쳤지만 아시아 최강자로 올라서는 데는 부족감이 없었다.

 한국은 대회 첫날 빙상은 물론 설상에서도 ‘깜짝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 2위(금 4·은 3·동 1)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한국 선수가 겨울아시안게임 스피드 장거리에서 금메달을 따낸 건 이승훈이 처음이다. 그동안 스피드 장거리에서는 일본과 카자흐스탄이 금메달을 번갈아 가져갔다. 한국체대 전명규 교수는 “이승훈이 처음 스피드스케이팅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아시아 최고의 장거리 스타였던 일본의 히라코 히로키(29)는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히라코가 이승훈을 못 따라간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히라코는 이승훈보다 8초1 뒤진 3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밴쿠버 올림픽에서 1만m 금메달, 5000m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경기 뒤 “링크 상태가 아주 좋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뛰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얼음이 많이 녹아 물러져 상당히 힘들었다. 올림픽 때는 정말 부담감 없이 경기에 임했는데 이번에는 약간의 부담감을 느낀 게 사실이었다”며 “주종목인 5000m에서 금메달을 땄으니 남은 주종목인 1만m에서도 반드시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5000m·집단출발(2일)·1만m(5일)·팀 추월(6일) 등 총 4개 종목에 나서는 이승훈은 “집단출발과 팀 추월에는 변수가 많다. 매스스타트(집단출발)는 다 함께 출발해 몸싸움을 펼치는데, 나는 쇼트트랙 선수 출신이라 오픈레이스(여러 명이 출발해 몸싸움을 벌이는 레이스 방식)에는 자신이 있다. 아무리 거칠어도 쇼트트랙 경기만 하겠나”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에서는 김보름(19·정화여고)이 4분10초54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쇼트트랙에서도 ‘빙상 코리아’의 위상은 재확인됐다. 노진규(19·경기고)와 조해리(25·고양시청)가 각각 남·여 1500m에서 동반 금메달을, 엄천호(19·한국체대)와 박승희(19·수원경성고)가 동반 은메달을 따냈다.

 스키에서는 ‘깜짝 금메달’도 나왔다. 김선주(26·경기도청)가 알마티 침불락 알파인 스포츠리조트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활강에서 1분37초61 만에 결승선을 통과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앞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서는 한국 스키의 간판 정동현(23·한국체대)이 1분29초78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스타나=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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