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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복권, 13종 과당경쟁…기금조성 차질

중앙일보

입력

15일부터 한 사람이 최고 20억원을 탈 수 있는 '밀레니엄복권' 이 발행돼 복권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지만 정작 공적기금 조성을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우리나라 복권사업의 저수익과 비효율이 심각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본지 기획취재팀이 입수한 국내 7개 복권 발행기관의 최근 5년간(95년 1월~99년 8월)영업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복권 판매액 규모는 95년 4천50억여원에서 지난해 3천2백43억여원으로 감소했고, 기금조성액도 1천1백33억여원에서 8백23억여원으로 3백억원 이상 줄었다.

특히 비교적 안정적인 판매.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는 주택복권을 제외한 기업.복지복권 등 6개 복권의 기금조성률(판매액에서 기금으로 조성하는 돈의 비율)은 95년 23.6%에서 올들어 15.6%로 떨어졌다.

이는 이들 발행기관이 당초 목표로 한 기금조성률 25~30%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로, 선진국의 절반수준이다.

미국(36%).영국(40%).호주(30%) 등 선진국의 기금조성률은 대부분 30%선을 웃돈다.

또 정확한 수요예측 없는 '찍고 보자' 는 판매방식 때문에 발행 복권의 30~70%가 팔리지 않아 올들어서만 8월까지 모두 1억8천9백여만장의 복권이 폐기돼 인쇄비.배송비를 포함한 순수 발행비용으로만 약 40억원이 낭비됐다.

이같은 국내 복권시장의 저수익.저판매 구조는 ▶복권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 ▶복권정책 부재 ▶발행기관의 관리 허술 및 판매조직 부실 등 복권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9월 산림청이 '녹색복권' 을 신규 발행한 데 이어 15일부터 주택은행이 '밀레니엄복권' 판매에 나서 시장 과열에 따른 판매 및 수익률 감소는 더 가속화할 전망이다.

복권 난립의 이유는 선진국의 경우 통합된 관계법령에 따라 전담 부처가 단일복권을 발행한 뒤 목적에 따라 수익금을 배분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부처별로 관계법에 1, 2개 항의 근거규정을 두는 것만으로 복권 발행이 가능토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복권은 89년까지 주택복권이 유일했으나 90, 93년 각각 2종, 94년 1종, 95년 4종, 99년 2종이 신규 발행돼 현재 8개 기관에서 13개 상품이 발행되고 있다.

과당경쟁 때문에 각 발행기관들은 외상판매와 경품제공.덤핑판매 등 제살 깎아먹기식 물량경쟁을 벌여 기금으로 쌓여야 할 돈이 판매인 수수료 등 판촉비로 낭비되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기술복권은 지난해 판매액의 40.4%에 달하는 3백31억여원을, 기업복권도 판매액의 40%인 69억여원을 판매 수수료.판촉비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말 국무조정실 복권발행조정위원회가 폐지되면서 복권 발행.유통에 대한 통합조정기구가 사라지는 등 정책부재도 심각하다.

이에 따라 복권 발행의 목적인 공적기금 조성작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2004년까지 1천억원 기금 조성을 목표로 발행하는 자치복권의 경우 96년 88억여원 적립 이후 97년 26억여원, 98년 20억여원으로 감소한 뒤 올해는 9월까지 3억1천7백여만원을 적립하는 데 그쳐 목표치 달성이 요원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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