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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오른다고 예금 3개월짜리 들면 하수 … 역발상해야 진짜 고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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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했다. 지난해 말부터 농·축·수산물과 유가가 급등하는 등 물가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 인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초저금리 시대’가 끝났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지만 방향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기준금리는 모든 재테크 방정식의 상수다. 그 상수가 변했으니 재테크 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중앙SUNDAY는 두 차례에 걸쳐 금리 상승기 재테크 전략을 알아봤다. 첫회는 대출, 예금, 주식·채권 등을 살펴봤다.

적을 알아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 금리 상승기 재테크 전략을 짜려면 먼저 ‘금리’를 알아야 한다. 올해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를 가늠해야 제대로 답할 수 있다.올 연말 기준으로 시장에서 예상하는 기준금리는 적게는 연 3.25%, 많게는 연 3.75%다. 현재 기준금리가 연 2.75%이니까 앞으로 0.5~1%포인트 더 오를 것이란 얘기다. 시장에서는 올해 대략 분기에 한 번꼴로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할 것으로 본다. 다음 금리 인상은 3월, 늦어도 4월에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 한국은행이 이달 금리를 올리기는 했지만, 앞으로는 그런 ‘깜짝’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울 듯하다. 선진국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리만 ‘나홀로’ 금리를 올리기 어렵고, 5% 성장 목표도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에 대응하는 필살기는 역발상이다. 금리가 오를 때는 으레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대출은 고정으로?… 단기대출은 변동이 유리
금리가 오를 때는 빚을 줄여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잠실지점 장석진 에셋매니저는 “대개 대출이자 증가율은 예금이자가 느는 것보다 가파르다”며 “투자로 수익을 얼마나 낼 수 있을지를 냉정하게 판단하면 빚을 먼저 갚는 게 낫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 골드영업센터부 노수민 PB도 “이자가 많은 빚부터 갚는 게 가장 좋은 재테크”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 WM사업부 이관석 재테크팀장은 “금리가 오를 때는 이자가 적은 적금이나 수익이 안 나는 펀드를 해지해서라도 고금리 대출을 갚는 게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빚을 갚을 때도 고려할 것이 있다. 국민은행 청담PB센터 정성진 팀장은 “조기상환 수수료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은 이자가 비싼 것부터 갚는 게 정답이지만, 간혹 대출 조기상환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쌀 때는 다른 빚을 먼저 갚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 대출을 받거나 이미 빌린 돈이 있다면 어떤 유형의 대출이 유리한지를 따져보고 움직여야 한다. 다들 당연한 듯 말하는 게 ‘금리 상승기 대출은 현재의 금리로 금리가 묶이는 고정금리로 갈아타라’다. 그런데 이게 맞지 않을 때가 있다. 고정금리가 낫느냐, 변동금리가 유리하느냐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10년 이상 장기대출을 새로 받는다면 고정금리가 낫다. 고정금리는 앞으로의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을 은행이 진다. 대신 변동금리보다 1.5%포인트 정도 이자가 비싸다. 앞으로 10년간 금리 상승에 따른 부담을 지기 싫다면 고정금리가 유리하다. 주택금융공사의 장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인 ‘보금자리론’의 금리는 현재 연 5.2~5.85%다. 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st of Funds Index, 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대출금리(만기 5년 이상)는 연 4.21~5.61%다.

그러나 단기대출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앞으로 금리 오르는 걸 감안해도 변동금리 쪽이 이자 부담이 적다. 이관석 팀장은 “1년짜리 대출은 현재 금리가 가장 낮은 변동금리를, 3년짜리 대출도 고정과 변동의 금리차가 1%포인트가 넘는다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변동금리를 택한 후에도 선택은 남았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잔액 기준 코픽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등 세 가지가 있다. CD 금리는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그대로 오르는 데다 가산금리도 높게 책정돼 신규 대출자들에게 불리하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들의 전월 말 예금 전체 잔액에 대한 평균 금리다. 분모가 커서 매달 오르는 금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반면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한 달간 새롭게 취급된 예금의 평균금리다. 금리 상승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다.

따라서 금리가 오를 때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금리가 가파르게 움직이는 CD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보다는,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을 가장 늦게 그리고 적게 받는 잔액 기준 코픽스가 유리하다. 이 팀장은 “은행들도 잔액 기준 코픽스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산금리를 책정하고 있다”며 “기존 CD 금리 기준 대출자 중에서도 과거 가산금리를 3% 이상으로 높게 받았다면 코픽스로 갈아타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픽스 도입 이후 1회에 한해 무료로 금리를 바꿀 수 있었던 기한이 대부분 끝났다. 금리 갈아타는 데 수수료가 드는 만큼 손익을 잘 따져 결정해야 한다.

예금은 짧게?…1년 특판예금 더 유리
금리가 오를 때는 예금의 만기를 짧게 해서 굴리라는 게 통념이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도 따라 오른다. 한 달 전에 3년짜리 적금에 가입했는데, 지금은 똑같은 상품인데도 이자를 더 많이 주는 경우가 나올 수 있다. 예금은 1개월·3개월짜리에 가입하거나, 금방 쓸 돈이라면 머니마켓펀드(MMF)를 이용하라는 게 보통 권하는 금리 상승기의 예금 재테크다.그렇다면 요즘 1개월·3개월짜리 예금을 고집해야 할까. 아니다. 금리 상승폭도 크지 않고 속도도 가파르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1년짜리 예금을 택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실제 상품을 비교해 봐도 그렇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의 ‘키위정기예금’의 금리는 만기 1개월, 3개월, 6개월, 1년짜리가 각각 연 2.4%, 3.1%, 3.3%, 3.95%다. 올해 기준금리가 3개월마다 각각 0.25%포인트씩 오르고,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예금금리도 그만큼 오른다고 치자. 지금 1억원을 1년짜리 예금에 가입하면 1년 뒤 이자가 395만원(세금 등 계산 안 함) 생긴다. 만약 1억원을 3개월마다 3개월짜리 예금에 가입해 갈아탄다면, 1년 이자는 총 348만원이다. 1억원을 6개월짜리 예금에 가입하고, 만기에 다시 6개월짜리 예금에 넣는다면 1년 동안 355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천천히 오르는 금리 상승기에는 굳이 만기가 짧은 예금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하나은행 법조타운골드클럽 김형수 PB팀장은 “은행권의 정기예금만 놓고 보면 3개월과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 차이는 1%포인트 이상 벌어진다”며 “단기로 굴려서 이자를 손해 보기보다, 이자를 후하게 쳐주는 은행의 중장기 특판상품을 활용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예금도 장단기 상품을 적절히 배분할 필요가 있다. 이관석 팀장은 “예금 가입액 중 1년짜리에 40%, 2년과 3년짜리에 30% 정도씩 가입하는 식으로 예금 포트폴리오를 짜라”고 조언했다.

1년짜리 예금에 가입한다면 기왕이면 가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상품이 좋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월복리가 적용되는 예금을 추천한다. 신한은행의 ‘월복리정기예금’은 매달 이자에도 다시 이자가 붙는다. 같은 조건이라면 일반 정기예금보다 이자를 더 벌 수 있다. 이 상품의 1인당 가입한도는 3000만원이다. 국민은행의 ‘KB국민첫재테크적금’도 월복리가 적용된다. 만 18~38세 이하인 경우 가입할 수 있으며, 매달 1만~30만원씩 불입할 수 있다.


주식은 끝물?… 금리·주가 같이 오르기도
금리를 올리면 주식시장에는 악재다. 교과서적인 해석이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떠도는 돈이 줄어 주식시장 수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가 오를 때 증시도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금리와 주가는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박승진 연구원은 “정책금리 인상과 시중금리 상승은 경기가 좋아질 때 나타난다”며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 실적도 좋아지는 만큼 주가 역시 오르게 돼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경기가 나쁘면 기업 실적은 나빠지고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책금리를 내린다. 곧 주가와 금리가 같이 떨어지게 된다. 동양종금증권 노수민 PB는 “단순화시키기는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금리 인상기엔 주식 비중을 늘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게다가 올 증시 전망도 나쁘지 않다.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지수가 대략 1900~24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떨어져야 10%, 오르면 15%다. 금리 상승에 대비해 무리하게 주식 비중을 줄일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국민은행 정성진 팀장은 “금리 상승의 수혜가 예상되는 보험주·은행주 등 금융주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시장을 보수적으로 본다면 리스크 관리형 상품을 고려할 만하다. 신한은행 이관석 팀장은 “분할매수 펀드나 목표전환형 펀드처럼 주가에 따라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예금(ELD) 등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채권은 금리 상승이 확실한 악재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은 떨어진다. 금리가 상승으로 방향을 튼 만큼 채권 값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다. 채권투자를 할 때는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채권형 펀드 비중도 줄여 나가는 게 좋다.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임민영 차장은 그러나 “채권을 사고팔아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만기까지 들고 가 이자를 받을 요량이라면 굳이 지금 채권을 팔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요새처럼 물가 상승 때문에 기준금리를 올릴 때는 물가연동채권도 좋은 대안이다. 물가연동채권은 물가가 오른 만큼 이자를 더 받는 상품이다. 삼성증권 김태훈 연구원은 “향후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만큼 인플레에 대비해 원자재 관련 상품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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