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은 됐지만 고민할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재판은 (인정이 아니라) 사건에 따라 하는 것입니다.” 이광재 강원도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주심을 맡은 박시환 대법관은 2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대법관은 “법관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내용을 내가 말하면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예민하게 보니까 말하기가 어렵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박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발탁한 ‘진보 사법’의 대표주자였다. 자신이 ‘노(노 전 대통령)의 남자’라 불리는 시선을 의식하는 듯 했다.
박 대법관은 또 자신이 주심을 맡은 ‘아람회’ 손해배상 사건과 조봉암 전 진보당 당수의 재심사건을 예로 들며 “재판을 그런 (정치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나는 갈팡질팡하는 셈”이라고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고문과 증거조작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박모씨 등 ‘아람회 사건’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액을 원심의 206억원보다 116억원 낮춘 판결을 내렸다. 반면 1주일 뒤인 20일 조봉암 전 진보당 당수에 대한 재심 선고에서는 간첩혐의 등에 무죄를 선고했다.
박 대법관은 이 지사 사건의 주심으로 자신이 낙점되면서 정치적 소신과 판사의 양심을 두고 갈림길에 섰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선고를 통해 ‘법의 길’을 선택했다.
중앙일보 온라인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