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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의 서울 트위터] ‘쿵쿵’… 천장 두드릴 자동망치 달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천장에 자동망치를 다는 겁니다. 집을 나갈 때 작동시켜서 천장을 두드리도록 하는 거죠.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합니다.”

 친구의 제보를 받고 들어가 본 인터넷 카페. 주부들이 모이는 이곳엔 오래된 문제 하나가 있었습니다. “층간 소음이 너무 괴롭다”는 분들의 하소연. 추운 날씨 탓에 아이들이 집에서 놀다 보니 관련 글이 부쩍 늘었더군요. “발 뒤꿈치를 들고 다녀야지.” 어렸을 적, 뛰어다닐 때마다 등 뒤로 꽂혔던 엄마의 말도 떠올랐습니다.

  혹시라도 아랫집과 갈등이 생길까 봐 그러셨던 거죠. 얼마나 번쩍번쩍 발을 들었던지, 그 뒤꿈치를 유지했더라면 발레리나가 됐을 겁니다. 쩝…. 당해보면 알지만 아파트 위층에서 뛰는 소리에 시달리다 보면 환청까지 들립니다. 정말 스트레스죠. 오죽하면 “천장을 죽도로 때리다 구멍을 냈다”는 경험담이 올라올까요. 잦은 항의에 윗집도 힘들기는 마찬가지고요. “천장에 자명종을 단다” “윗집의 윗집과 협약을 맺고 똑같이 괴롭힌다”는 별의별 방법이 나왔습니다. 아예 소송을 걸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해괴한(?) 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차라리 층간 소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제목. 읽어보니 이웃 간의 교류가 너무 없어서 삭막한데, 소음이라도 있으면 지지고 볶으면서 미운 정이라도 들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였죠. “어떻게 혼꾸멍을 내줄까” 하고 고민하던 저, 반성했습니다. 상대는 자동망치로 부숴야 할 적이 아니라, 망치가 없을 때 빌려줘야 할 ‘이웃’이라는 걸 간과하고 있었거든요. 먼저 인사하고 정을 주다 보면 서로에게 함부로 못할 텐데 말이죠. 물론 방음 매트를 깔고(아이가 있는 집), 저녁에는 믹서기와 청소기를 돌리지 않는 게 윗집의 센스입니다.

아시죠? 아파트에 사는 우리 모두는 아랫집이자 윗집이라는 걸. 모든 사람이 맨 위층에 살 수는 없잖아요.

임주리 기자

 ※‘주리의 서울 트위터’에서는 서울에 사는 모든 분들의 소소한 제보와 숨겨둔 질문을 받습니다. 제 트위터(@ohmaju)에서 같이 얘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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