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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 기준인 ‘88클럽’ 전체 저축은행 절반인 54곳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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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호 24면

* 증자 후 BIS비율이 변동된 곳 : 골든브릿지 5.24%, 프라임 5.48%

상호저축은행이 불안하다고 무조건 맡긴 돈을 찾고 보는 것은 바람직한 재테크 전략이 아니다. 정기예금이나 적금을 중도에 찾으면 그만큼 이자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1인당 5000만원까지는 지급을 보장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105개 상호저축은행 경영공시 전수조사

만일 저축은행 한 곳에 맡긴 돈이 5000만원을 넘는다면 조금 얘기가 달라진다. 이관석 신한은행 재테크팀장은 “저축은행과 거래할 때는 가족 명의를 이용해 1인당 5000만원 이하로 쪼개서 돈을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에는 원금과 이자가 포함된다”며 “1년짜리 정기예금이고 이자율이 연 4.5%라면 원금 기준으로 최대 4750만원 정도면 이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증자 후 BIS비율이 변동된 곳 : 무등 7.26%, 대전 1.1%, 도민 5.5%, 미래2 5.31%

다만 삼화저축은행처럼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영업정지 명령을 받으면 몇 달 동안 예금을 찾지 못하게 된다. 예금보험공사는 오는 26일부터 삼화의 고객들에게 1인당 1500만원 한도로 가지급금을 내줄 예정이다.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 고객들은 이자에서도 약간 손해를 본다. 당초 저축은행에서 약속한 금리가 아닌 예보가 결정한 금리(현재 연 2.33%)로 이자를 받기 때문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잠실 센터장은 “부실 저축은행과 거래하면 돈을 떼이진 않는다고 해도 상당기간 돈이 묶이는 불편이 생길 수 있다”며 “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해당 저축은행에 대한 최소한의 경영 정보와 재무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BIS비율은 8% 이상일 것
김 센터장은 “최우선적으로 확인할 사항은 거래 저축은행이 이른바 ‘88클럽’에 해당하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88클럽’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8% 이상이면서 고정이하 여신(부실채권) 비율이 8% 미만인 경우를 가리킨다. BIS비율은 높을수록 좋고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낮을수록 좋다.

BIS비율이 5% 밑으로 내려가면 금융위원회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고 보고 경영개선 명령이나 권고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저축은행 경영 상태에 대한 최신 자료를 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중앙회의 인터넷 홈페이지(www.fsb.or.kr)에서 ‘경영공시’를 클릭하면 105개 저축은행의 주요 경영지표를 찾아볼 수 있다. 단 3곳을 제외하면 기준 시점은 지난해 6월 말이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을 알 수 없다는 것이 한계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fss.or.kr)에선 일부 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실적을 확인할 수 있다. 105개 저축은행 중 25곳으로 한국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했거나 회사채 등을 많이 발행한 대형 저축은행들이다.

중앙SUNDAY는 105개 저축은행이 공시한 재무제표를 전수 조사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경영실적이 있는 25개 저축은행 중 ‘88클럽’에 해당하는 경우는 모두 14곳이다. BIS비율은 대구의 대백저축은행이 15.03%로 가장 높았고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경기도 의정부에 본점을 둔 경기저축은행이 0.76%로 가장 낮았다.

삼화를 제외한 나머지 79개 저축은행은 대부분 지난해 6월 말을 기준으로 공개한 자료밖에 없다. 이 중 40곳이 ‘88클럽’에 포함됐다. 결국 105개 저축은행 중 ‘88클럽’에 들어가는 곳은 절반 수준인 54개(9월 말 기준 14개, 6월 말 기준 40개)에 그쳤다. 이 팀장은 “길게는 6개월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지난해 9월 자료가 없으면 6월 자료라도 꼭 확인한 뒤 가급적 경영지표가 우수한 곳을 골라 거래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요주의 대출 많으면 주의해야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저축은행 부실화 요인의 핵심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라며 “88클럽에 해당하더라도 PF대출이 많으면 불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전체적으로 PF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12조4000억원, 연체율은 24.3%를 기록했다.
중앙SUNDAY는 24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PF대출 규모를 확인했다. 해당 저축은행이 공개한 ‘분기(지난해 7~9월) 보고서’에서다. 전자파일로 작성한 이 보고서는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누구라도 열어볼 수 있다. 분기보고서에서 ‘Ⅱ. 사업의 내용’이란 항목 중 ‘5. 기타 투자 의사결정에 필요한 사항’을 찾아보면 된다.

이들 24개 저축은행은 모두 합쳐 8조9000억원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빌려줬다. 이 중 정상채권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4조7000억원이었다. 나머지 4조1000억원은 요주의(3조5000억원)나 고정·회수의문(6000억원)으로 분류됐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말 그대로 ‘요주의’를 주의해야 한다”며 “당장은 부실 비율이 높지 않더라도 요주의 대출이 많으면 상황에 따라 부실로 전환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자산 규모 1조원 이상 저축은행 중에는 서울에서 영업하는 W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이 620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전체 대출금 중 PF대출의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의 HK저축은행(7.4%)으로 나타났다.
 
상장 저축은행은 주가도 중요
이 팀장은 “저축은행의 영업이익과 자기자본도 확인해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큰 이익을 낸 곳보다 꾸준히 이익을 기록하면서 충분한 자기자본을 확보한 곳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익잉여금 항목을 보면 과거 영업활동에서 돈을 많이 벌었는지 오히려 까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7~9월 실적을 공시한 25개 저축은행 중 11곳이 영업이익에서 흑자를 냈다. 1위는 서울의 현대스위스저축은행(174억원)이었다. 2009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영업이익으로는 서울의 한신저축은행이 768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의 진흥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이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3216억원에 달해 105개 저축은행 중 가장 많았다. 이 팀장은 “자기자본과 이익잉여금이 많을수록 만일의 충격이 닥쳤을 때 견딜 수 있는 힘이 강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증시에 상장한 저축은행은 주가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며 “적어도 주가가 주식의 액면가보다 높게 형성됐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코스피 시장에는 서울·솔로몬·제일·진흥·한국저축은행의 5개사, 코스닥 시장에는 신민·푸른저축은행의 2개사가 상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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