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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원소 찾는 중이온가속기 … 핵폐기물 확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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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수소의 양성자를 빛의 속도의 절반 정도인 초속 14만㎞로 가속할 수 있는 사이클로트론’ ‘자연계 원소 중 가장 무거운 우라늄 이온을 초속 20만㎞로 가속할 수 있는 초전도 터널’ ‘부대시설까지 합하면 축구장 서너 개 넓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에 설치될 중이온가속기를 설명하는 표현들이다. 지난해 말 관련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올해부터 상세 설계에 들어간 중이온가속기의 형태와 응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설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다. 입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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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이온가속기는 지하 10~20m에 건설되는 거대한 ‘이온 공장’이자 ‘이온 공작실’이다. 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모든 이온을 만들고, 초고속으로 가속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지구상에 없던 새로운 원소를 찾아낼 수 있다. 그래서 ‘이온 공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가 하면 가속된 이온을 암세포에 쪼여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암세포를 죽이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방사성폐기물에 쪼이면 방사선 방출 기간을 현저히 줄일 수도 있다. 이온으로 온갖 조작을 해보는 것이다.

 중이온가속기의 핵심 시설로는 사이클로트론과 온라인이온분리기(ISOL)·가속관을 꼽을 수 있다.

 사이클로트론은 원형으로 수소의 양성자를 빙빙 돌리며 가속하는 장치다. 위뚜껑 지름이 8m인 총 130t의 전자석 네 개로 이뤄져 있다. 이 안에서 수소 양성자는 초속 14만㎞로 가속돼 주석이나 우라늄 등 표적으로 삼은 얇은 금속판에 가서 충돌한다. 그러면 무수히 많은 무거운 이온(중이온)이자 동위원소들이 쏟아져 나온다. 온라인이온분리기는 순도 높은 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이온을 만든다 해도 원하는 이온이 나오지 않으면 가속기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전기적으로 음(-)의 특성을 띠는 전자를 가능하면 많이 떼어내 양(+)의 성질이 강한 이온을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가속기에서 가속이 잘 되려면 양의 특성을 많이 띠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가속관은 중이온을 빠르게 가속하는 부분이다. 원소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느려진다. 같은 에너지로 가속시켜도 가벼운 탄소보다는 무거운 우라늄의 속도가 더디게 올라간다.

 중이온을 가속하는 터널은 항아리 형태의 어른 키만 한 통 수백 개가 중이온이 지나갈 수 있는 파이프에 의해 일렬로 연결돼 있다. 항아리가 파이프로 목걸이처럼 꿰어져 있는 형태다. 그 속에는 영하 270도가 넘는 액체 헬륨으로 냉각된 초전도체가 사용된다. 그래야 전기 소모도 적고, 높은 에너지를 소화할 수 있다.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새로운 가속기다. 성균관대 채종서 교수는 “우리 중이온가속기는 처음 만들어진 동위원소를 낮은 에너지를 거쳐 다시 아주 높은 에너지로 가속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다”며 “고에너지로 가속된 동위원소를 금속판에 충돌시키면 새로운 동위원소 빔(다발)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물질의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것이 채 교수의 설명이다. 세계가 과학벨트의 중이온가속기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중(重)이온=수소와 헬륨보다 무거운 지구상 모든 원소의 이온을 말한다. 이온은 전기적으로 중성이 아닌 음(-) 또는 양(+)인 원소 상태를 말한다.

◆동위원소=양성자 수는 같으나 중성자 수에서 차이가 있는 물질을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화학적 특성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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