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획취재] 美 나스닥은 어떤가

중앙일보

입력

지난 89년 미국증권감독위원회(SEC)는 정크본드(투기등급에 해당되는 채권)의 황제 마이클 밀켄을 내부자 거래에 의한 주가조작과 탈세 방조 등의 혐의로 제소했다.

그 이듬해 밀켄은 징역 10년에 6백만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밀켄은 고객의 부당거래를 도왔을 뿐 직접적인 금전이득은 보지않았지만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줬으므로 징벌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판결이었다.

그는 결국 일반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금액을 합쳐 투자자 추정 피해금액(31만8천달러.3억8천만원)의 3천5백배에 해당하는 11억달러를 물어야 했다. 증권가에 다시는 발붙이지 말라는 추방령과 함께.

한국 코스닥의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미국 나스닥(NASDAQ)시장. 그러나 투자자 보호장치.불공정거래 방지체제.자율규제 기능.공시제도 등에 있어 두 시장은 큰 차이가 난다.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차근차근 커온 나스닥에 비해 코스닥은 정부에 의해 급작스레 육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상장제도. 전국 나스닥시장(NASDAQ NM)은 등록단계에서부터 옥석(玉石)을 철저하게 가린다. 엄격함으로 따지면 뉴욕증권거래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 재무상황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공시해야 하고 별도로 설치된 감사위원회로부터 경영상황을 일일이 점검받는다.

불공정거래를 가려내기 위한 매매감리도 질적으로 다르다. 코스닥은 현재 일정기간내의 주가 급등락과 하루 거래량 추이만 관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감시망을 벗어나는 작전종목이 수두룩하다.

증권협회가 현재 종합감리시스템을 준비 중이지만 그동안 작전세력의 불공정거래에 속수무책이었다반면 나스닥은 자동화된 시스템(SWAT)으로 주가를 감시한다. 호가(呼價)및 매매내역뿐만 아니라 로이터 등 8개사 뉴스를 검색하면서 매매과정을 추적한다.

이밖에 나스닥은 브로커나 딜러에게 일정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시장조성자(마켓메이커)제도를 두고 있다. 자신의 계정으로 개인.기관투자가.기업 또는 다른 마켓메이커의 매도.매수주문에 응한다.

특권을 부여한 대신 종목에 대해 철저히 분석한다.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적극적 투자자 홍보를 펼친 것이 나스닥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내용은 다소 다르지만 코스닥에도 시장조성제도가 있었다. 주간사들이 공모가를 신중히 결정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규제완화를 위해 폐지했다.

또 미국의 투자자는 기업이나 증권사의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봤을 경우 집단 소송제도를 활용, 보상받을 수 있으나 우리는 아직 제도조차 도입되지 않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