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건강 관리는 이렇게│주치의 프로그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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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를 바탕으로 한 ‘맞춤 상담’

“주말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충남 논산에 다녀왔어요. 날씨가 추워 고생했어요”

 지난 11일 오후, YB양동규내과를 찾은 조진탁(54·주엽동)씨가 양동규 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들의 대화는 지인과 나누는 담소처럼 친근했고,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양 원장은 조씨의 주치의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9년 고양시에서 ‘주치의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이전까지 만성간염 때문에 주기적으로 대형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던 조씨는 주치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시간과 비용을 모두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대학병원에 다닐때는 한참을 기다리는데다 특진비 등 비용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정작 진료 시간은 5분 내외로 병원을 나설 때마다 허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요즘은 한 달에 한 번씩 양 원장을 찾아 상담을 받는다. 병원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면 충분하다. 큰 병원을 찾아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되니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양 원장은 진료와 함께 겨울철 감기나 낙상사고처럼 시기별로 조심해야 할 질병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CT 등 정밀 검사가 필요할 때는 주변의 큰 병원으로 연결해준다.

병원은 검사 결과를 양원장에게 보내준다.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해 주는 것도 양원장의 몫이다. 상담비용이 무료인 데다 중복검사를 피할 수 있어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조씨처럼 양원장을 주치의로 둔 시민은 250명에 이른다. 양 원장은 “꾸준하게 상담을 하다보니 개개인의 병력이나 특징을 잘 알수 있어 검사결과 설명 때는 물론 응급시에도 각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줄 수가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 걱정뿐 아니라 개인사 털어놓기도

‘고양시 주치의 프로그램’은 가정 주치의를 원하는 시민과 인근의 의사를 주치의로 지정해 진료와 건강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덕양구와 일산서구 보건소, 동 주민센터 등에서 신청할 수 있다. 보건소는 혈액검사와 소변검사, 문진 결과를 바탕으로 거주지에서 가까운 의사를 지정해준다. 주치의가 정해지면 병원을 방문하거나 전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현재 3500여명의 고양시민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환자들은 주치의에게 질병 걱정은 물론 개인사를 털어놓기도 한다. 주치의로 활동 중인 박지훈내과의 박지훈 원장은 병의 근원이 되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기 위해 환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딱딱한 의학상담 뿐만 아니라 집안 문제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경우가 많은데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된다”며 “사실 내과 질환인 소화불량, 속 쓰림, 두통등은 우울증과 화병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박 원장을 주치의로 둔 김영미(37·대화동)씨는 “상담 후에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몸도 가뿐해 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씨자신은 물론 가족 모두가 박 원장과 상담을 한다. 상담 때는 평소 병원을 찾지만 이동하기 힘들 경우엔 전화 상담도 한다.

고양시민들의 주치의를 자청한 의사는 현재 79명. 별다른 지원이 없어 이들에게 주치의 프로그램은 일종의 봉사활동이다.

금강한의원 장문성 원장은 “상담 후 많이 좋아졌다고 고마워하는 환자를 볼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의사들에게만 의지하다보니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참여 의사들이 일산서구에 집중돼 있어 다른 지역 환자들이 이용하는 데는 좀불편하다. 홍보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 원장은 “주치의 프로그램을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며 “노인정이나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통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설명]주치의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양동규 원장(왼쪽)과 조진탁씨. 조씨는 “주치의인 양 원장의 조언이 건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송정 기자 asitwere@joognang.co.kr, 사진=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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