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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기름에 깜짝! 겁먹은 송유관 절도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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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송유관에 설치한 밸브 틈새에서 기름이 계속 새 나왔습니다. 폭발할 것 같아서 겁이 났습니다.” 대형 송유관을 뚫어 기름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우모(51·부산시 만덕동)씨는 겁먹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8일 경북 경주시 외동읍의 한 주유소를 빌렸다. 보증금 5000만원에 월 700만원을 주기로 했다. 장사보다는 지하에 묻힌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서다. 다음 날부터 공범 두 명과 작업에 들어갔다. 지하 2m에 설치된 빈 유류 저장 탱크의 철판 벽을 커터로 잘라내고 곡괭이와 삽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높이 1m, 폭 70㎝의 땅굴을 8m쯤 파고들어가자 지름 60㎝의 송유관이 나타났다.

 우씨는 2008년 불법오락실 영업을 한 혐의로 울산구치소에 있을 때 동료들에게서 송유관 기름 훔치는 법을 배웠다. 그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은 뒤 밸브를 설치하고 유압호스를 연결했다. 14일 오후부터 16일 오전까지 휘발유 10만L와 경유 2만5000L, 총 12만5000L(시가 2억2000만원)를 빼냈다. 걱정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밸브를 잠갔지만 송유관과 연결한 부분이 벌어지면서 기름이 새기 시작했다. 유압이 높아지면 기름이 엄청나게 쏟아지고 폭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이 얼어붙었다. 우씨는 고민하다 대한송유관공사 울산지소에 전화를 걸었다. “여기는 ○○주유소입니다. 기름이 새고 있으니 조치해주세요.” 이를 수상하게 여긴 직원은 경찰에 제보했고, 우씨는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17일 우씨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두 명도 검거해 조사 중이다.

경주=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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