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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선 4인가족 주택 필요 … 정부는 1~2인용 전세난 대책 내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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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주택 공급량과 자금 지원을 늘린다.’ 국토해양부가 13일 발표한 전·월세 시장 안정 방안은 이렇게 요약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니 이를 늘리고, 갑작스러운 주택 공급에 자금이 부족할 우려가 큰 만큼 지원 폭을 확대한다는 논리다. <중앙일보 1월 12일자 e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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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그간 수차례 밝혀온 대로 소형·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국토부는 올해 공공부문에서 13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소형 분양·임대 9만7000가구를 공급한다. 지난해 수준이고, 2009년보다는 4만 가구 정도 늘어난 것이다. 판교에 빈 집으로 있는 순환용 주택 1300가구는 곧바로 일반 수요자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서민들을 위한 다가구 매입·전세 임대주택 2만6000가구의 공급도 앞당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보유한 준공 후 미분양 2554가구(지난해 12월 기준)도 전·월세로 전환할 예정이다.

 민간 업체가 주택 임대사업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는 것도 과제다. 정부는 금리를 현행 3~6%에서 2%로 낮춘 1조원 규모의 ‘특판상품’을 올해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형은 ㎡당 47만원에서 80만원으로, 다세대·다가구는 가구당 1500만원에서 3500만원으로 대출액을 늘리기로 했다.

 이럴 경우 4만 가구가 추가로 지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특히 공공택지에서 민간 업체용 5년 임대주택 용지 공급을 다시 시작한다. 박상우 주택토지실장은 “10년 임대용으로만 택지를 공급한 이후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량이 8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며 “LH의 자금난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민간 참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요자들을 위해선 전세자금 대출 자격 기준을 완화하고, 지원 규모를 늘렸다. 더 많은 서민이 전세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6개월 이상 무주택’ 조건을 없앴다. 세입자들이 계약 희망지역의 실제 계약액을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2월까지 갖추고, 입주예정 물량 정보를 지역별·규모별로 상세히 제공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내놨지만 단기적으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미분양 물량의 전·월세 전환이나 대출조건 완화는 수요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시장을 안정시킬 만큼 위력적인 대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전세난은 1인 가구보다는 직장과 교육 문제로 이사를 해야 할 3~4인 가족이 살아야 할 정상적인 주택이 부족하다는 데서 빚어졌다”며 “원룸이 아니라 방 2~3개짜리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중·소규모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주택건설협회 김충재 회장은 “분양가상한제를 빨리 폐지해 민간 아파트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급에 치중한 나머지 주택 구입을 포기하고 전세로 몰리는 수요층을 분산시킬 만한 대안이 없다는 점은 문제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 남희용 원장은 “매매거래가 활성화되도록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완화 등의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집값이 안 오르면 전세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함종선·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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