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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획량 급감 … 고등어가 금등어 되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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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13일 오후 2시 서울 노량진동 노량진수산시장. 고등어를 사러 온 김순남(74·여·서울 도봉구 도봉동)씨는 ‘고등어 전문 박씨상회’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김씨는 “조림으로 쓸 생물 고등어를 찾아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며 “보이는 건 크기도 작고 비싸서 다른 생선을 사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길이 20㎝가 채 되지 않는 생물 고등어의 가격은 4마리에 1만원. 가게 주인 박말순(70)씨는 “이 정도 크기면 6마리에 1만원인데 요즘 값이 올랐다 ”고 말했다. 다른 가게에도 고등어는 거의 없다. ‘목포유달수산’에서 일하는 김모(59)씨는 “고등어를 서민생선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고등어가 아니라 ‘금등어’”라고 말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고등어(일반고등어+망치고등) 어획량은 9만9175t이었다. 2008년 19만456t, 2009년 17만5329t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해 잡힌 고등어의 70%는 크기가 작아 통조림 수출용이나 사료용으로 쓰이는 ‘갈고’(300g)였다. 소비자가 좋아하는 ‘소고’(30~35㎝·500g)는 품귀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정산과 조기명씨는 “지난해 12월 고등어 어획량은 1년 전의 29%, 위판액은 40%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고등어 어획량이 줄어든 것은 우리나라 해역의 봄철 수온이 평년보다 1~2도 낮아 고등어 떼가 남쪽에서 늦게 올라왔고, 가을철 수온도 낮아 빨리 남쪽으로 내려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고등어는 대표적인 난류성 어류다. 국립수산과학원 강수경 박사는 “주요 어장인 제주도 연안의 수온이 평년보다 1도 정도 낮아 고등어 떼가 제주도 남쪽으로 내려가 있다”며 “어선들이 유류비가 많이 드는 고등어 잡이를 포기하고 남해 동부 해안에서 오징어를 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날 부산공동어시장에는 어선들이 잡은 오징어가 넘쳐났다. 수산업계는 고등어의 가격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획량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가격이 비싸 고등어 수매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추천한 민간업체가 수입한 고등어가 1만t 정도 있다. 그러나 수입물량엔 상품성이 떨어지는 갈고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황선윤 기자, 한은화 기자 suyo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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