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교회 ‘가난’을 도둑맞았다 … 경건·절제 새로운 화두 삼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유럽에서 북한을 거쳐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온다면 어떨까요?”

 6일 서울 정동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임 총무인 김영주(58·사진) 목사가 첫 기자간담회를 했다. 그는 2013년 부산에서 열리는 WCC(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 총회 얘기를 꺼냈다. 5000여 명의 외국인이 참가하는 WCC는 개신교계에서 ‘교회 월드컵’으로 불릴 만큼 큰 행사다.

 김 총무는 “유럽에서 참가하는 교회 관계자들이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중국, 북한을 거쳐 부산까지 기차로 가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그 길을 통해 세계 교회 지도자들이 남북분단을 실감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를 중요 어젠다로 다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7년마다 열리는 WCC총회는 인도 뉴델리에 이어 60년 만에 아시아에서 열린다.

 김 총무는 올해 NCCK가 힘을 실을 방향도 제시했다. “경제정의에 관심을 쏟겠다. 비정규직 노동자, 노숙자, 청년실업 문제 등은 경제정의가 실현되지 않아서 파생되는 측면이 많다.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까지 터치할 수 있도록 있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종교간 대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었다. “한국교회는 이제 좀 어른스러워야 한다. 그 동안 이웃종교를 잘 사귀지 못하고, 협력도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NCCK는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로 인해 종교간 갈등을 빚는 것에 반대한다. 그런 일이 생길 때마다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고 밝혔다.

 “한국교회의 화두가 뭔가”라는 질문도 나왔다. 김 총무는 “한국교회는 가난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가난’을 도둑맞았다. ‘경건과 절제’가 한국교회의 화두가 돼야 한다”고 대답했다.

 NCCK 총무의 임기는 4년이다. 재임도 할 수 있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