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숙원 4000달러 … 10년 앞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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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4000달러를 돌파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지난해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2009년 1인당 GDP는 3677달러였다. 중국의 1인당 GDP는 2003년에 이미 3000달러를 넘었고 이후 7년 만에 다시 4000달러 벽을 넘었다.

 1인당 GDP가 4000달러를 돌파함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보음을 내기 시작했다. ‘중진국 함정’이란 1인당 소득이 4000∼1만 달러 때 경제사회의 누적된 모순이 폭발해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중국의 1인당 소득 4000달러 돌파를 처음 보도한 매체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다. 통신은 2006∼2010년에 추진된 제11차 5개년 계획을 결산한 2일자 특집기사에서 “지나간 5년은 휘황찬란한 5년이었다”며 “5년간 평균 10%대의 높은 성장을 기록해 1인당 GDP가 4000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11·5 계획 기간에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06년 11.6%, 2007년에는 13.0%로 과열 조짐을 빚을 정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도 9.6% 성장했고 가장 어려웠다는 2009년에도 9.1% 성장했다. 지난해엔 9∼10% 성장을 무난히 달성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해 7월 수정 발표한 2009년의 GDP는 34조507억 위안이었다. 중국 경제가 지난해 9% 성장했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GDP는 36조1152억 위안이 된다. 지난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중국 위안화 환율(약 6.7위안 가정)과 중국 인구(13억4000만 명)를 반영하면 1인당 4022달러가 나온다.

 중국 1인당 GDP 4000달러 돌파는 경제뿐 아니라 중국 정치·사회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이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이래 중국 정부는 3단계로 나눠 국민소득을 대폭 증가시킨다는 구상을 추진해 왔다. 그에 따르면 2020년까지 목표가 1인당 4000달러였다. 이 때문에 중국사회과학원은 “중국의 1인당 GDP가 2010년 4000달러를 돌파했다면 이는 목표를 10년 앞당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4000달러 돌파로 중국의 내수소비 산업도 폭발적으로 팽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1인당 GDP가 300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중국의 개인 소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4000달러 시대 진입 이후에는 소비가 급팽창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의 예를 봐도 중국은 내 집 장만 경쟁이 불붙으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마이카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판매국가로 도약했다.

 그러나 4000달러 돌파에 따른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소득이 빨리 늘면서 빈부 격차도 커져 사회적 불만이 급격히 분출할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중남미 국가들이 일찍이 경험한 악몽이 중국 땅에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중국개혁발전연구원 츠푸린(遲福林) 원장은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의미”라며 “이제는 GDP 목표 달성에 집착하는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 개개인의 부를 우선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후진타오(胡錦濤·호금도)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이 발행하는 잡지 추스(求是) 최신호에 게재한 실명 기고문에서 “올해 시작되는 12차 5개년 계획 기간에 민생 개선을 중국 사회 발전의 근본적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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