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스토리 3 웨딩 주얼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살을 에는 추위지만‘새해’라는 단어에서 왠지 봄이 연상된다. 실제로 직업상 이맘때가 되면 웨딩 시즌을 준비하는 때이기도 하다. 예식 성수기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웨딩 주얼리는 변화가 컸다. 국내 웨딩 주얼리 시장은 다른 주얼리 분야에 비해 유행에 민감한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960~90년대에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정해진 제품군을 구입하는 식이었다. 대개 다이아몬드 세트나 진주, 패션, 유색 보석, 순금세트 등의 범위 안에서 선택했다. 2000년대부터는 기존의 세트 구성을 탈피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요즘은 커플링만 하는 예비부부가 있을 정도로 간소화됐다. 예전엔 보석의 화려함과 그 가치에 중점을 뒀다면 요즘은 실용성과 합리적인 가격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이러한 변화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핵가족화로 인해 결혼 비용의 거품이 많이 줄어들어서다. 저출산과 결혼기피 현상으로 웨딩 주얼리 시장의 수요가 준것도 한 이유다. 이로 인한 주얼리 업계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나날이 급등하는 금값과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다이아몬드 시세의 변화 등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원인으로 인해 웨딩 주얼리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가격적인 만족도는 물론, 세팅 기술력과 디자인, 마케팅의 삼박자를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웨딩 주얼리는 패션처럼 매 시즌마다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1970~90년대는 옐로 골드에 화려한 디자인 세팅이 꾸준히 인기였다. 2000년대 초반에는 화이트 골드 또는 플래티넘 소재의 프롱 세팅이 유행했다. 프롱 세팅이란 밴드의 메인 부분을 발로 세워 그 위에 다이아몬드를 올리는 방식이다. 다이아몬드 반지하면떠오르는 클래식하고 기본적인 세팅이다.

 이번 시즌 웨딩 주얼리는 또 달라졌다. 웨딩 주얼리에선 볼 수 없던, 로즈 골드나 핑크골드 등 다양한 색상의 세팅이 트렌드다. 화이트나 골드가 슬슬 지겨워지던 이들에겐 희소식일 것이다.

 하지만 주얼리 디자이너로서는 무조건 유행을 좇을 순 없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듯, 주얼리에도 클래식한 디자인이 가지는 세련됨과 기품이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점을 생각하면, 클래식만큼 시대와 트렌드를 앞서나가는 아이템도 없다.

 웨딩 주얼리 스타일이 다양해지다 보니 현명한 선택이 더 중요해졌다. 우선 주얼리를 착용하는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과 색상을 택해야 한다. 구입한 주얼리를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보석의 종류에 따라 디자인이나 세팅 기법이 달라진다는 점도 유념해두면 좋다. 예를 들면 다이아몬드에 대표적으로 쓰이는 라운드 브릴리언 커팅은 프롱 세팅이 가장 잘 어울린다. 하지만 루비는 라운드 커팅보다 타원형의 오벌 커팅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보석에 어울리는 세팅을 인지해두면 구입 시 도움이 된다. 보석은 시즌마다 구입하는 액세서리가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착용해도 촌스럽지 않은 스타일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평생을 간직하는 웨딩주얼리, 구입할 때 몇 가지만 주의한다면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주얼리 디자이너 한영진=주얼리 브랜드 오르시아의 대표로, 2007 국제 귀금속 장신구대전에서 수상했다. 2008년 뉴욕 국제 주얼리 박람회 자문위원을 맡았고, 같은 해 지식경제부 주최 주얼리 디자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2009년 드라마 ‘천추태후’의 봉관 제작기술을 자문했으며, 여러차례 TV 드라마와 영화 제작·협찬을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제 21회 전국귀금속 디자인 공모전 특별상을 받았다.

[사진설명] 웨딩 주얼리는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 사진은 오르시아 주얼리의 웨딩 반지.

<사진=오르시아 제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