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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높아진 유럽 ‘PGA 투어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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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부터 ‘유러피언 골프 투어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한 차세대 골프 황제 후보 로리 매킬로이. 그는 “미국 투어는 외롭고 재미가 없더라. PGA 투어카드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세계 남자프로골프의 양대 산맥인 유럽과 미국의 냉전이 새해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7일(한국시간) 시작하는 PGA 투어 개막전부터 유럽과 미국이 정면 충돌하는 분위기다.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스폰서하는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마르틴 카이메르(독일)·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 출전하지 않는다.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는 PGA 투어 대회로 총상금이 560만 달러(약 63억원)다. 지난해 우승자 30여 명만 나가 상금을 나누는 이른바 ‘돈 잔치’다. 최하위를 해도 1억원 가까운 돈을 받는다.

 카이메르는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이며 우스트히즌은 브리티시 오픈 우승자다. 매킬로이는 차세대 골프황제로 주목받는 신예다. 이 선수들은 지난해 PGA 투어에서 우승, 당연히 이 대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약속이나 한 듯 초청을 거절했다. 유럽의 맹주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세계랭킹 1위)는 “미국 투어에 갈 필요가 없다”고 공언했고, 다른 선수들도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투어는 지난해 타이거 우즈(미국)의 부진을 틈타 미국 PGA 투어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았다. 지난해 메이저대회 4개 중 3개(US오픈, 브리티시 오픈, PGA 챔피언십)를 유럽투어 선수들이 석권했다. 유럽은 라이더컵에서도 미국을 꺾었다. 유럽 주장 콜린 몽고메리는 이 와중에 폴 케이시·저스틴 로즈(이상 잉글랜드) 등 미국 투어에서 주로 뛰는 주요 유럽 선수를 뽑지 않았다.

 미국은 “유럽 선수들은 커다란 침대를 쓰게 하고 미국 선수는 작은 침대를 쓰게 하는 통에 컨디션 조절에서 불리했다”고 비난하는 등 양측은 티격태격했다. 몽고메리는 라이더컵 승리의 기쁨에 취해 “이제 골프의 중심은 유럽으로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아직까지도 전반적으로 미국 투어 선수들의 세계랭킹이 더 높다. 그러나 랭킹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보면 유럽 투어 선수의 실력이 더 좋아 보인다. 양 투어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한 지난해 11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 HSBC 챔피언스에선 유럽 선수가 리더보드를 완전히 점령했다. 공동 6위를 차지한 우즈를 제외하고 19위 이내에 미국 선수는 없었다.

 웨스트우드는 “유럽에서 뛰면서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는데 왜 미국 투어에 가야 하느냐.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냉전의 절정은 지난해 말 미국 PGA 투어가 매킬로이가 아니라 리키 파울러(미국)를 신인왕으로 선정하면서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매킬로이는 우승도 했고 메이저대회에서 두 차례 3위를 했다.

반면 파울러는 우승을 하지 못했다. 웨스트우드는 “새로운 형태의 보호주의냐, 미국 선수가 상을 타지 못해 안달이 난 것이냐”고 비난했다. 이때 폭발한 감정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투어의 힘은 선수들에서 나온다. 선수 수준이 떨어지면 이류가 되며 상금도, 대회도 준다. 미국 투어는 이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유럽은 기세등등하다.

 유럽이 골프의 중심에서 밀려난 것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다. 골프 선수의 씨가 말랐다. 미국 언론은 “우즈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경쟁력을 잃었고, 우즈 때문에 미국 골프가 약해지는 현상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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