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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의 ‘무상보육’ 백지화 해프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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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방현
사회부문 기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비타민인가, 복지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인가. 충남도가 ‘충남보육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해 발표했다. 2015년까지 30개 보육 복지사업에 1조8334억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만 5세 아동 무상보육’이다. 내년부터 도내 만 5세 아동 2258명에게 보육시설(어린이집) 이용료(월 17만7000원) 전액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원대상은 소득수준 상위 70%(월 436만원) 이상 가정의 아동이다. 소득 수준 70% 이하의 가정에는 이미 국가에서 보육료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가 편성했던 예산은 57억원. 순수 도비는 16억5000만원이고, 나머지 40억5000만원은 시·군에서 부담토록 했다.

 그러자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의원들은 “비슷한 보육시설인 만 5세 유치원 아동(3300여 명)은 왜 대상에서 제외했느냐”고 따졌다. “살림살이가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까지 보육료를 지급하는 것은 복지 포퓰리즘, ‘부자 보육’이 아니냐’고 질타했다. 충남도는 “유치원 지원은 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 소관이어서 어쩔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도내 유치원 원장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만 5세 아동 무상보육’ 계획은 전면 백지화됐다.

 그러나 이슈가 ‘무상급식’으로 바뀌면 충남도의 논리는 반대로 작동한다. 학교 급식이야말로 교육당국 소관인데도 말이다. 충남도는 “헌법에 의무교육을 무상으로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무상급식 실현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교육청과 6개월간의 협상 끝에 내년부터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로 결정났다.

 무상급식에서 무상 보육까지. 자치단체도 복지 전성시대다. 6·2 지방선거로 당선된 단체장들은 대부분 ‘복지’를 화두로 들고 나왔다. ‘생애 주기별 맞춤복지(충남지사)’, ‘그늘 없는 복지(인천시장)’, ‘시민 참여형 복지모델(대전시장)’, ‘강원도형 복지모델 개발·정착(강원지사) 등 구호도 그럴듯하다. 대부분의 지자체 예산규모를 뜯어 봐도 복지분야가 가장 많다. 충남도는 내년도 일반회계(3조5828억원) 예산 가운데 사회복지 분야가 23%다. 전북·충북 등 대부분의 다른 광역단체도 마찬가지다. 이미 정부가 펼치고 있는 복지 시책 종류도 200여 가지가 넘는다. 여기에 단체장의 ‘특화된’ 복지시책까지 더해지고 있다.

 다양한 복지혜택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 국가가 미처 챙기지 못한 구석을 찾아 혜택을 주는 일은 지방자치의 기본 취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복지시책 남발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따져 봐야 한다. 충남도의 ‘만 5세 아동 무상보육’ 해프닝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남대 임춘식(사회복지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아직 소외계층 위주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했다.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보편적 복지(예외 없는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의미다. ‘복지(welfare)’의 목표는 사회 구성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 갈등을 해소·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교한 프로그램 없이 욕구 부응에만 급급하면 거꾸로 사회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김방현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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