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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수 높여서 가구 수 못 늘린다 … 서울·수도권 리모델링 급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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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 부담을 덜려던 서울·수도권 5만5000여 가구의 리모델링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부가 리모델링을 할 때 가구 수를 늘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으로부터 리모델링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받아 검토한 뒤 수직 증축(층수를 높여 가구 수를 늘리는 것)을 통한 일반분양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선진국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들고 구조 안전성이나 재건축과의 형평성 등에 문제가 있어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국토부는 단지 내 빈 공간을 활용한 수평 증축(건물의 앞뒤좌우를 넓혀 가구 수를 늘리는 것)을 통한 일반분양도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40년이 지나야 대상이 되는 재건축에서도 용적률 등 여건에 따라 가구 수가 거의 늘어나지 않는 곳도 있는데 15년만 지난 아파트의 리모델링 때 가구 수를 늘려 주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국토부 임태모 주택정비과장은 “리모델링은 기존 주택을 개·보수해 쓰는 ‘수선’ 중심이어야 한다” 고 설명했다.

 당장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수도권 아파트 주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리모델링은 사업비를 주민이 모두 부담하는 특징 때문에 조합원 동의를 받기 어려워 대부분 지지부진했다. 따라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가구 수 늘리기를 통한 일반분양 수입으로 부담을 덜겠다고 조합원들에게 제시해왔다.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리모델링연합회 유동규 회장은 “수도권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지금까지 가구 수 증가 방안을 기다리며 사업을 미뤘는데 이제 물 건너갔다”며 “리모델링을 포기하는 단지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1기 신도시 아파트에 리모델링이라는 재료가 사라질 경우 주택시장에 찬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리모델링협회 조사에 따르면 12월 중순 현재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만 해도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30개 단지 3만2667가구에 이른다. 서울과 수도권 전체로는 87개 단지 5만5000여 가구가 추진하고 있다.

 리모델링은 당분간 전용면적의 30% 이내에서 수평 증축하거나, 지상 1층을 필로티(기둥만 세운 빈 공간)로 만들고 1개 층을 수직 증축하는 선에서 추진할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리모델링 사업비를 연 3% 정도의 국민주택기금으로 지원해주고, 사업 용역비 등 부가가치세 면제, 취득·등록세 및 재산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기로 했다.

박일한·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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