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넷 주식공모 문제 많다

중앙일보

입력

모 기업은 글로벌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 인터넷 무역을 하겠다며 인터넷을 통해 액면가의 1백배로 공모를 했지만 사업계획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요즘 한창 유행중인 ''인터넷 주식공모'' 에 사운을 걸고 있는 기업들은 앞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가 될 것인가.
아니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 것인가.

올 들어서만 인터넷을 통해 주식 공모한 업체수는 40여개. 이 업체들은, 지난해8월 국내 최초로 인터넷을 통해 주식을 공모한 후 코스닥에 들어한 떼돈을 움켜진 골드뱅크의 뒤를 이은, 제2.제3의 골드뱅크를 꿈꾸며 주식을 공모했다.

2년 이내 10억원 미만으로 공모할 경우 금융감독원에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 10억원 미만 단위로 주식을 공모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공모에 ''사 (邪)'' 가 끼어 있다면 그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최근 인터넷 공모 열기를 틈타 일부 창업투자회사와 공모기업 그리고 브로커가 개입, ''주가 부풀리기 작업'' 에 나서고 있어 인터넷 공모의 후유증이 심각해 질 가능성이 높어졌다.

주가 부풀리기 작업은 이렇게 진행된다.
먼저 10억원 미만의 공모를 한 후 공모금액에 미달될 경우 사전에 창투사와 짜고 그 금액을 채워 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공모금액에 미달되면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부족한 금액을 채워 넣은 것이다.

이때 브로커가 개입돼 인터넷 공모기업의 물량을 명동 등 비상장,비등록 거래시장에 뿌린다. 공모기업은 주가를 띄워서 좋고 브로커와 창투사는 단기간에 2-3배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으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는 게임인 것이다.

명동 사채시장 등에서 거래되는 일부 인터넷 관련 주식, 특히 포털 (관문) 전문 회사의 경우 이런 방식에 의해 부풀러져 시세가 형성된 사례가 많다.

이같은 부작용이 커지자 일부 공모기업은 공인회계사를 통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후 공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하지만 공인회계사의 경우 상장기업 감사보고서와 달리 제재규정이 없어 고객인 인터넷 기업의 요구에 맞춰 감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례도 빈번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공인회계사는 "규정에 없는 인터넷기업의 감사보고서는 그 기업이 원하는 데로 작성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문제는 조달한 자금의 유용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통상 인터넷 공모기업들은 과도한 매출 계획을 세워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자금이 모아지면 그 자금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투자자들은 알 길이 전혀 없다.

A기업의 경우 글로벌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 인터넷 무역을 하겠다며 액면가의 1백배로 공모를 했지만 매출계획의 현실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자금 유용처를 확인할 길이 없는 마당에 기업이 망하더라도 ''할 만큼 하다 망했다''고 주장하면 대책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아직까지는 자금을 모은 후 망한 기업은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왜냐하면 1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아 놓은 상태라 은행 이자로도 회사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자금이 고갈되는 시점이 되면 투자자들의 피해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엔젤 펀드를 운영하는 한 비상장.비등록 기업 관계자는 "10억원 가량의 자금이면 소규모 인터넷 기업의 경우 최소6개월을 버틸 수 있다. 올들어 인터넷 공모로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이 내년 상반기안에 그 자금을 다 쓸 것이다. 이 때가 되면 인터넷 공모의 후유증이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그 동안 관련 규정이 없다고 팔짱을 끼고 있던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말 ''인터넷 주식 공모 투자자 유의사항''을 만들어 언론에 배포했다.

또 10억원 미만 규정을 5억원 미만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 투자자 보호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공모기업에 대한 실태 조사가 끝나고 몇 개의 기업을 시범 케이스 차원에서 ''손을 볼 것'' 이란 시각도 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 인터넷 공모를 악용하는 기업들을 피하는 뾰족한 방법은 없다. 기업탐방을 통해 경영자의 마인드와 사업성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게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